
▶마켓인사이트 2월 3일 오후 5시26분 사진=한경DB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글로벌 연기금 가운데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보다 정치에 휘둘리는 기금운용 의사결정 시스템이 문제로 지목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등 ‘모수 개혁’뿐 아니라 운용 시스템도 함께 개혁해 수익률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 국민연금연구원과 미국 연기금·국부펀드 분석기관인 글로벌SWF 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글로벌 연기금 수익률을 종합한 결과,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운용수익률은 연평균 4.99%였다.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연 9.58%),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7.12%), 노르웨이투자관리청(NBIM·6.80%), 네덜란드 공적연금(ABP·5.64%)보다 부진한 수익률이다. 보수적인 운용으로 유명한 일본 공적연금(GPIF·5.30%)보다 낮았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적자로 전환해 2055년 고갈된다.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합동 연찬회에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왼쪽부터),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나란히 앉아 있다. /최혁 기자 전문가들은 운용수익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고갈 시점을 8년 늦출 수 있다고 추정한다. 문제는 현 기금운용 체계에서는 수익률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익률의 95%를 좌우하는 자산배분을 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낮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지역 균형발전 등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국민연금이 동원되는 것도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스튜어드십' 집착하다 수익률 최하위…18년째 혁신없는 국민연금
아마추어 국민연금 기금위, 10년 수익률 '글로벌 꼴찌'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합동연찬회에서 “기금운용 의사결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금위와 기금운용본부 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수익률 제고 방안으로는 해외·대체투자 확대, 우수 인력 확보, 보상 체계 마련 등을 내놨다. 연찬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금운용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내놓는 대신 예전부터 내놨던 계획을 재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전문성보다 대표성에 초점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는 2005년 현행 체계를 정립한 이후 20년 가까이 바뀌지 않았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전문가가 아닌 대표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20명 중 정부 인사 6명, 사용자단체 3명, 노동계 3명, 지역가입자 단체 6명, 관계 전문가 2명 등이다.
실행 조직인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위에 종속돼 있다. 2019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3명의 상근 전문위원을 두도록 했지만 본질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기금운용 제도 개선 등을 위해 기금운용발전 전문위원회를 꾸려 운용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짜는 재정계산위원회 산하에 ‘재정추계전문위원회’와 함께 설치된 조직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기금운용발전 전문위원회는 소폭 및 중폭 개선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폭 개선안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당연직 위원을 제외하는 방안이다. 중폭 개선안은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하는 위촉 위원의 전문성 자격을 높여 기금위를 전문가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모두 자주 거론됐지만 번번이 도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후속 작업으로 이뤄진 2019년 기금운용체계 개편 과정에서도 현행 6명인 기금위 내 정부 인사를 3명으로 줄이는 안이 논의됐으나 무산됐다.○수익률 중심 의사결정 못해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최근 10년간 글로벌 연기금 가운데 최하위권 수익률을 낸 것은 부실한 운용 의사결정 시스템이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과 달리 글로벌 연기금들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기민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
캐나다연금이 대표적이다. 캐나다는 1997년 연금 개혁 과정에서 운용전문 공사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설립하고 유일한 법적 책무로 ‘위험 대비 수익 극대화’를 명시했다. 각 주가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한 위원회는 시장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고용했다.
CPPIB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크게 높였다. 지난해 3월 현재 대체투자 비중이 50%에 달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비중은 지난해 11월 기준 16.1%다. CPPIB는 주식도 전 세계에 분산 투자해 캐나다 주식 비중이 2%에 못 미친다. 국민연금도 꾸준히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15%에 달한다.
국민연금 출신인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새 대체투자 자산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려면 전문성 없는 각계 대표를 설득하느라 몇 년이 걸린다”며 “기민하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해외 연기금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기금운용의 독립성 및 전문성 제고에 관심이 낮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스튜어드십을 강조하며 국내 주요 기업 주식을 1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재벌 길들이기’에 활용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금융지주, KT, 포스코 (KS:005490) 등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한 기금운용 전문가는 “연기금이 주주로서 투자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문제는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류병화/황정환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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