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은행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 이어 에너지 공급 차질 문제가 발생하며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주요국의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지난해 EU국가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 완화를 위해 쓴 정책 비용은 약 2천억 유로에 달했다. 2천억 유로는 이들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유럽 지역은 2021년 말 이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축소로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천연가스 가격과 전기료가 급등했다. 그 영향으로 가계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기업의 생산비용이 증대됐다. 특히 저소득층 가계, 에너지 집약산업 등에 부정적 영향이 집중되고 있다.
때문에 EU각국은 에너지 위기 대응으로 저소득층 가계와 에너지 집약 산업 지원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 완화를 위한 대규모 정책을 집행했다.
EU 국가별 지난해 에너지 관련 재정지출을 살펴보면 이탈리아가 496억 유로(GDP 대비 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독일 424억 유로(GDP 대비 1.1%), 프랑스 211억 유로((GDP 대비 0.8%), 스페인 209억 유로((GDP 대비 1.6%) 순의 지출을 기록했다.
GDP 대비 비중으로는 그리스 2.3%(48억 유로), 포르투갈 2.1%(50억 유로) 등을 기록했는데, 대체로 가스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지원규모가 확대됐다.
에너지 위기 대응에 따른 지출 증가분은 주로 부채증가를 통해 조달 중으로, 일부 국가는 횡재세 도입을 통해 재정지출 일부를 충당했다. 올해 중에는 약 1440억 유로 규모(GDP 대비 0.9%)의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양상 등에 따라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미 유럽지역의 재정건전성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악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악화된 상태에서 에너지 위기 등에 대응에 나서다 보니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됐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고부채 국가의 정부 부채 비율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중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에너지 위기 대응 지출을 제외하면 지난해 정부지출 증감률이 전년 대비 각각 -0.5%와 0.5%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지역은 긴축기조 강화, 경기부진 등으로 재정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에너지 위기 정책대응이 확대될 경우 이탈리아 등 가스의존도가 높은 고부채 국가를 중심으로 재정취약성이 증대될 위험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 "유럽지역 에너지 공급차질이 심화되고 재정취약성이 증대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금융 시장 등을 통해 우리나라 실물·금융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파급시킬 가능성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경제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지역 에너지 공급차질이 심화될 경우 LNG수요가 추가로 확대되면서 확보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가격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 재정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유럽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국내 자본시장에서 유럽자금이 상당 규모 유출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된 바 있어 관련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