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반등한 지 하루 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2830선까지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타난 기술주 투매에 장중 미 선물 하락 등의 영향이 컸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2020년 12월 이후 최저코스피지수는 21일 0.99% 내린 2834.29에 장을 마쳤다. 2020년 12월 29일(2820.5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엔 2817선까지 밀렸다. 외국인이 2200억원, 기관이 6400억원가량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지수도 1.65% 하락한 942.85로 마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우려에 지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대외 악재까지 겹쳐 약 2개월 만에 다시 283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성장주 낙폭이 뚜렷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갈등 확대,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급락으로 인한 국내 대형 반도체 주가 약세 등 악재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제재 언급도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러시아 규제 강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축소 우려가 커졌다”며 “반도체, 정보기술(IT), 가전, 자동차 및 부품 등의 러시아 수출 중단과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수입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업종 피해 우려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도체주가 큰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18%, 4.8% 내렸다. 뉴욕증시의 기술주 투매 현상과 러시아 제재가 동시에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원이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기술주 하락을 촉발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NASDAQ:AMZN), 엔비디아 (NASDAQ:NVDA), 애플 (NASDAQ:AAPL) 등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도 3.25% 급락한 3494.75에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3.66%, AMD는 4.97%,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5.48%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메모리 사이클을 잘 맞히는 것으로 알려진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론 주식 10만 주를 매도했다는 공시가 뜨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수 저점대 도달” 의견도다만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서도 코스피지수, S&P500지수 등 주요 지수가 중요한 지지대에 도달했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기됐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최근 하락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저점 수준을 찍었다”며 “60일 이동평균선 기준으로 이격도가 95%대까지 하락해 단기 저점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극단적인 하락 국면이 아니라면 단기 조정 과정에서 코스피지수는 이격도 95% 부근에서 단기 저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어 추가 하락이 쉽지 않은 가격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 감소가 나타났다는 점이 바닥권 신호라는 설명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신용융자 잔액은 전일 대비 1377억원 줄었다. 정 연구원은 “지수가 급락한 뒤 반등 조짐이 보이면 신용융자 잔액이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단기 저점대를 형성했다는 근거로 평가했다.
미국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지지대에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S&P500지수는 지난해 12월 저점대와 약세장을 보이던 9월 고점대의 지지대 수준까지 내려왔고, 나스닥지수도 10월 저점대 부근에 도달했다”며 “반등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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