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단기유동성 규제 완화를 재연장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이 한숨 돌린 모습이다. 은행채 발행 급증에 대한 우려도 줄면서 회사채 시장 약세 전망도 한층 누그러질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중·소상공인의 대출만기, 이자상환 유예를 재연장하면서 유동성커버리지(LCR) 규제 완화 기간도 재차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관련 안건을 오는 29일 정례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단기 유동성 지표인 LCR(통합 LCR)은 앞으로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 비율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단기 유동성이 단기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졌다고 해석한다.
통상 긍정적인 LCR 수위는 100%로 본다. LCR이 100%면 뱅크런과 같은 대규모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스테레스 상황에서도 한달 간 정책 지원 없이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기존에 당국이 정한 LCR 규제 하한선은 100%다. 다만 당국은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지원으로 은행들의 곳간에서 순현금 유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을 감안해 당초 오는 9월 말까지 LCR 하한선을 85%로 낮추기로 했던 것이다.
LCR 규제 완화가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만큼, 시일이 다가올수록 은행들은 LCR 제고에 대한 고민이 커져 왔다. 기한 재연장 가능성이 있던 상황에서 이를 감안하지 않고 LCR 100%를 맞추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 조달 금리가 높아져서 수익성을 해치지 때문이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상당 수의 은행은 LCR이 100%를 하회했다. 2분기 말 기준 신한은행은 89.0%며, KB국민은행(90.1%), 우리은행(92.3%), 하나은행(93.1%), 대구은행(94.7%), 광주은행(95.5%) 순이다.
그간 은행들은 LCR 비율이 규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으면 정기예금 특판 등으로 정기성예금 조달 비중을 늘리거나 은행채 발행을 해왔다.
이 가운데 은행채 발행은 효과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고, 상승 폭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LCR 제고에 유용한 수단이다. 은행들은 마련한 은행채로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고유동성자산 규모를 늘려 LCR를 높인다. 다만 은행채 발행은 은행의 조달비용을 높이며 이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등에도 반영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 추가 연장 검토로 유동성 비율을 상향시켜야 하는 과정에서의 은행들의 NIM(순이자마진) 하락 압력 또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재연장 방침으로 은행은 물론 회사채 시장도 은행채 수급 불확실성에 따른 악재를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은행채 발행을 늘린다면 금융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회사채 시장 약세로 연쇄 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신영증권 이경록 연구원은 “은행권 LCR 완화 연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는 회사채 투자 심리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