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KS:036570) '리니지M'. 출처=엔씨소프트
[이코노믹리뷰=민단비 기자] ‘제2의 나라’, ‘오딘’ 등 게임 신작들이 리니지와 비슷해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게임사들이 돈이 되는 리니지 BM(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몇 년 간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리니지 아류작들에 이용자들의 피로감은 점점 높아지고 경쟁력 있는 중국 게임은 국내 게임시장 선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6월 출시된 ‘제2의 나라’와 ‘오딘’의 과금 구조는 확률형 콘텐츠로 구성된 리니지의 BM과 비슷하다.
실제로 제2의 나라는 장비(무기)와 이마젠(펫), 코스튬(의상) 등의 아이템을 유료 확률형 콘텐츠로 두고 있다. 오딘 또한 아바타와 탈 것 등의 아이템을 확률형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리니지보다 과금 강도가 낮다고 하여 ‘리니지 순한맛’이라고도 부르나 과금 구조가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넷마블 '제2의 나라'에서는 장비, 이마젠, 코스튬 등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다. 출처=제2의 나라 게임화면 캡쳐
확률형 아이템에서는 희박한 확률로 성능이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더 강하게 만들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사기 위해 계속 결제하게 된다. 이를 페이투윈(Pay to Win)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지나친 과금을 유도하며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페이투윈 시스템은 게임사들이 쉽게 돈 벌 수 있는 수단이다.
페이투윈과 거리가 먼 ‘쿠키런: 킹덤’은 7월 5일 기준 국내 모바일 RPG 중 이용자 수 80만 명으로 가장 많지만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는 7위에 그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오딘 이용자 수는 쿠키런: 킹덤의 절반 수준인 40만 명이지만 구글플레이 매출은 1위다. 제2의 나라는 이용자 수 21만 명으로 쿠키런: 킹덤의 4분의 1 수준이나 구글 플레이 매출은 4위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한 캐주얼 게임도 페이투윈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달 29일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는 시즌 6을 업데이트 하며 ‘수호 카드’를 새로 도입했다. 수호카드는 돈을 내고 랜덤으로 장비를 뽑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유저들은 게임사가 카드를 계속 쓸 수 있게 함으로써 페이투윈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 간의 점수 차이도 커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5~6일에는 롤백(서버를 이전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요구하는 트럭시위로까지 번졌다.
유저들의 뭇매를 맞은 데브시스터즈는 결국 열흘 만에 조치를 단행했다. 게임사는 과중한 과금을 유도하는 수호카드의 영향력을 축소했다. 아울러 수호카드 관련 패키지의 환불 창구를 오픈하고 관련 랭킹도 초기화했다. 쿠키런 비즈니스 모델(BM)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페이투윈에서 벗어났지만 캐주얼 게임이 페이투윈 시스템 도입을 시도한 것은 그만큼 페이트윈 시스템이 게임사에 매력적인 BM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게임사들의 BM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사들이 매출 구조에 있어서 쉬운 길로 가려고 한다”며 “어렵게 다른 매출 모델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기존에 돈을 잘 벌고 있는 ‘리니지형’ 과금 구조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페이투윈 시스템을 가진 MMORPG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게임 최고 매출을 찍고 있는 오딘도 예외가 아니다. 몇몇 이용자들은 오딘의 과금 구조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트릭스터M’은 리니지만큼 과금 구조가 극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매출 순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국내 게임시장을 살펴보면 리니지류에서 벗어난 게임도 수요가 높다. 중국 게임은 일정 횟수 이상 과금하면 확정적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천장'을 갖춘 것이 많은데, 중국산 모바일 게임인 ‘기적의 검’, ‘삼국지 전략판’, ‘원신’은 15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5위, 8위, 17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위 학회장은 “중국 내부 규제로 중국 게임사들은 앞으로도 해외, 특히 한국으로 많이 진출할 것이며 중국의 개발 속도를 봤을 때 중국 게임은 더 경쟁력 있어질 것”이라며 “중국 게임에 대응해 국내 게임사들은 리니지 아류에서 벗어나 더 신선하고 참신한 게임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