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시중은행 자동화기기.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한국일반] 시중은행들의 기업 대상 대출 잔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42조원가량 불어나 총 8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에 은행권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결과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의 기업 대출 잔액은 809조6354억원으로, 지난해 말 767조3139억원 대비 42조3225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60조원가량 늘었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42조원씩 늘어난 것이다.
기업대출 증가 폭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커진 상태다. 1분기 기준 기업대출 증가 폭은 17조8376억원이었는데, 아직 분기 말이 되지 않은 지난 20일 기준 2분기 기업대출 증가 폭은 24조48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점검회의 등에서 주요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가계대출 증가를 관리하라"고 재차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 기업대출 경쟁에 불이 붙자 '기업여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총 17조원 규모의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타 은행들이 공격적인 대출 확대로 1위 자리를 위협하자 '격차 벌리기'에 나선 것이다.
통상 가계대출은 기준 금리와 우대 금리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만, 기업대출은 우대 금리 부문에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본부 및 영업점에 부여한 재량의 폭을 확대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오는 2분기까지 14조원 규모의 '본부 특별 금리 운용' 제도를 도입하고, 2조원 규모의 '영업점 금리 우대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정부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신산업·혁신성장첨단산업 중견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1조원 한도로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기업대출 확대에 고삐를 당기면서 은행권의 '기업 모시기' 경쟁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기업대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기업금융시장 특징 및 리스크 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업금융시장의 경우 부동산·건설 업종 대출 레버리지가 큰 폭 확대되는 동시에 연체기업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채무상환 능력도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일부 기업들의 이자 상환능력이 크게 약화한 점은 향후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