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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마켓캡의 이더리움(ETH) 거래량이 거래소 실제 거래량보다 최대 500배 정도 늘어난 규모로 표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코인마켓캡에서 표기된 지닥의 ETH 거래량은 48.53 BTC인 반면 실제 지닥 거래소가 표기한 ETH 거래량은 0.5BTC에 그쳤다. 코인마켓캡 거래량이 지닥거래소보다 약 97배 높게 표기된 것이다. 코인마켓캡 상 고팍스의 ETH 거래량은 실제 코팍스 거래소 표기보다 471배 늘어난 471.55BTC, 후오비코리아의 ETH 거래량은 342배 증가한 24BTC로 각각 표기됐다.
이 같은 통계 오류에 대해 국내 거래소와 코인마켓캡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관계자 “거래소에 표기되는 거래량이 실제 거래량”이라면서 “API를 연동해 데이터를 가져가는 코인마켓캡 측에서 문제가 생겨 통계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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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현수 고팍스 PR 팀장은 “고팍스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거래소 API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재 코인마켓캡에 표기된 거래량은 이전과 반대로 실제 거래량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이번 일을 데이터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통계 오류의 책임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작 업계가 주목하는 건 이번 사태로 코인마켓캡의 공신력에 흠집이 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코인마켓캡은 암호화폐 관련 사이트 중 가장 많은 트래픽 수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 사이트로 인식돼 왔다. 코인마켓캡에 표기되는 거래량은 거래소 API를 통해 제공 받은 24시간 거래량을 미국 달러로 환전해 표기한다. 국내외 암호화폐 관련 보도에서 자주 인용될 만큼 공신력을 인정받아 왔다. 코인마켓캡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투자 참고 지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코인마켓캡의 거래량에 수 백 배 규모의 오차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코인마켓캡을 인수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 제공 사이트의 특성상 정확성과 신뢰도가 생명인데 거래소로부터 과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앤디 청(Andy Cheung)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 전 COO는 “이번 인수 건은 양사의 사업 이념 간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며 "코인마켓캡이 바이낸스의 자회사가 된 이상 코인마켓캡 순위와 거래량이 허위가 아니라고 설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인마켓캡을 이용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동훈 암호화폐 거래소 코어닥스 전략기획 담당자는 “잘못된 데이터를 통한 투자는 성공하기 힘들 뿐더러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나비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코인마켓캡은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투명한 데이터 제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