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과 부스 분석에 이어, 마지막 편에서는 IVS 2024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아발란체 재팬 부스에서 만난 아발란체의 저력입니다.
━아발란체 서브넷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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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넷은 아발란체의 확장성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솔루션으로, 아발란체 검증자 하위집합(subset)이 운영하는 자체 네트워크입니다. 각 서브넷은 네트워크 규칙, 토크노믹스 등을 포함한 네트워크 구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서브넷을 높은 유연성과 확장성을 제공하는 아발란체 앱체인(app-chain)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발란체의 서브넷은 퍼블릭 네트워크에 진출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네트워크 구조를 만드려는 웹2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3년 9월에는 데이터 마케팅 기업 ‘로열티 마케팅’이 자사 포인트 결제 플랫폼 폰타에 서브넷을 도입했습니다. 2024년 6월에는 코나미도 자체 NFT 솔루션 리셀라에 서브넷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IVS 2024에서는 아발란체 재팬 부스에서 서브넷 적용 사례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사라(SARAH)’는 월간 2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음식 리뷰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웹2에서 성과를 거둔 이후 사라는 아발란체 서브넷 기반의 오니기리 체인이라는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사라의 목표는 네트워크에 기록되는 리뷰 정보를 타 애플리케이션과 공유하고 레스토랑 멤버십 NFT(NOREN NFT)를 통한 특정 고객 대상 마케팅 기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식품 및 헬스케어를 포괄하는 프로토콜로 거듭난다는 포부입니다.
현재까지 오니기리 체인을 비롯해 서브넷을 도입한 일본 기업의 웹3 서비스가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존 웹2 기업 중심으로 웹3 산업을 육성하려는 일본 웹3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퍼블릭 체인의 장점과 높은 자율성을 확보한 아발란체 서브넷이 트렌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아직 준비 단계 2023년 6월,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개정안을 시행해 일본 내 은행·자금 이체 기관·신탁 회사를 중심으로 엔화 및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법안 시행 1년 여가 지난 현재에도 엔화 및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은 준비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디스프레드가 앞서 발행한 STO 시리즈와 일본 웹3 바이블, 그리고 일본 스테이블코인 규제 보고서에서 일본 스테이블코인 산업을 이끌어갈 주요 플레이어로 MUFG와 프로그마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 스테이블코인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이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USDC를 유통하려는 SBI 홀딩스와 일본 대표 스테이블코인으로 발돋움하려는 JPYC의 행보도 돋보입니다.
특히 JPYC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습니다. JPYC는 거대 금융기관이 아닌 핀테크 스타트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일본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개정되기도 이전인 2021년 3월 출시됐습니다. 발행 초기에는 유니스왑 v3 풀 내 TVL이 고작 8000달러 수준으로 난항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산업 부흥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동반되고 프로그마를 필두로 JPYC가 발행 및 유통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JPYC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아직 MUFG, 소니뱅크 등 대기업에서는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지 않은 만큼, 뚜렷한 경쟁자가 부재한 현 상황이 JPYC에는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적기라 볼 수 있습니다.
━마이넘버 카드, 캐시리스 정책, 그리고 웹3 그동안 일본 시장을 관심있게 지켜봐 온 입장에서 이번 IVS 2024 크립토는 일본 웹3의 최신 동향을 확인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열정을 체감할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강렬하게 받은 인상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게이밍과 IP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고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2. 기관과 개인 모두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향후 일본 웹3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3. 크립토에서 1년은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지만, 정부 주도의 일본 웹3에 1년이란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이넘버카드와 캐시리스(Cashless) 정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이넘버카드란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번호와 각종 전자증명서가 탑재된 IC카드입니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인증서를 합한 것과 비슷한 일본의 신분증입니다.
마이넘버카드는 2015년 10월부터 시행됐지만, 일본 정부는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후에야 마이넘버카드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당시 아날로그 행정 처리의 한계를 실감하고 디지털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마이넘버카드 대중화에 앞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정보에 민감한 일본 국민성, 아날로그 행정처리의 관습화, 그리고 마이넘버카드에서 발견된 대량의 오류 등으로 인해 2019년까지 교부율이 14.3%에 머무를 정도로 초반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마이넘버카드의 대중화를 위해 ▲인센티브(마이나포인트) 제공 ▲기존 건강보험증 폐지 및 마이넘버카드에 통합 ▲마이넘버정보 총점검본부 설치 ▲정기적인 체계점검을 통한 신뢰회복 ▲디지털행재정개혁 담당 신설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마이넘버카드의 교부비율은 2020년 23%, 2021년 39.9%, 2022년 51.1%를 거쳐 2023년 76.1%까지 3년 만에 53.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최근 캐시리스 결제의 가파른 비중 증가에서도 일본의 디지털 전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캐시리스(신용카드, QR페이 등) 결제 비율은 2010년 13.2%, 2015년 18%, 그리고 2018년 24.2%로 주요국 대비 상당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10월 소비세 증가에 따른 캐시리스 결제에 대한 포인트 환원 제도 도입, 라인 및 야후재팬 등 대표 메신저 및 포털 기업들의 적극적인 간편 결제액 환급 이벤트,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대면 결제 수요 증가 등의 요소가 맞물려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액 비율은 2019년 26.8%, 2022년 36%, 그리고 2023년 39.3%까지 서서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일본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은 웹3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웹3 산업도 시행 초기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앞선 두 사례처럼 같이 정부 및 기업의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웹3가 일본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하나의 축으로 성장하리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 및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을 앞세워 디지털 전환 사업에 대한 불신 및 일본 산업의 관습을 극복한 마이넘버카드, 캐시리스 정책의 사례는 그만큼 의미가 깊습니다.
◆참고 자료
• 한국은행, 일본의 마이넘버제도 추진 현황
• KOTRA, 일본, 캐시리스 결제 비중 39.3%(3.30 니혼게이자이신문)
• KOTRA, 2019년 일본 법개정으로 본 세 가지 키워드
• SARAH, なぜグルメアプリ「SARAH」がブロックチェーン活用を決めたのか
• Avalanche Docs, Subn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