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4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원유는 고작 4주 사이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돌아섰다. 이 약세장이 빠른 시일 안에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타격을 일부 줄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남아있다.
23개 산유국 관계자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동기술위원회 회의를 열어 찾아내려는 것도 바로 이 방도다. 이번 회의는 세간의 이목을 피해 조용히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공교롭게도 이는 어려울 듯하다.
세계 언론의 전폭적인 관심이 쏠린 자리이니만큼 언급되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하나가 모두 기자들을 통해 확대 해석 및 분석되고 시장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OPEC+가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대체 어떤 대응을 취할 수 있을지에 몰려있다.
OPEC 13개국과 10개 협력국이 과연 유가의 소위 "떨어지는 칼날"을 붙잡을 수 있을까? "떨어지는 칼날"은 영어식 표현으로 이 상황에서 잡으려고 하지말라는 뜻이며, 종종 하락하는 장세에 개입하지 말고 바닥을 칠 때까지 관망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회의 결과 기다리며 유가 소폭 반등
13개월 저점을 기록했던 유가는 화요일 아시아 시장에서 소폭 상승했다. 그 전날인 월요일에는 브렌트유가 주요 가격대인 배럴당 $55 밑으로, WTI는 심리적 주요 지지선 지점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늦은 오후 싱가폴 시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의 반등세만이 확인되었다. 중국 측에서 부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하거나, 확진자 내지는 사망자가 증가할 경우에는 시장이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다행스럽게도 이번 공동기술위원회 회의의 목표가 어떤 것인지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덕분에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체적으로 일일 100만 배럴에 달하는 감산을 진행해 시장에 일시적인 공급 "쇼크"를 일으킬 방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은 970만 배럴 가량에 달한다.또한 일일 총 500,000 배럴의 단기적 추가 감산을 진행하기 위해 회원국과 협력국에 압박을 가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골칫거리: 다른 모든 OPEC 회원국
여기서부터는 상황이 조금 복잡해진다. OPEC과 협력국들이 매월 성명문과 그 외의 공식적 데이터를 통해 주장하는 산유량에는 실시간 투명성이 없다. OPEC+나 구성 국가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최신 데이터에 의하면 OPEC은 12월 중 감산을 강화했다. 하지만 2개월 연속 할당량을 준수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열성적인 회원국"뿐이다.
OPEC 13개국 중 감산에 동참한 11개 회원국의 총 감산량은 일일 134.5만 배럴로, 당초 목표량이었던 일일 812,000 배럴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이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량은 65%에 달하는 일일 871,000 배럴이다.
한편 일일 22만 배럴의 감산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OPEC+의 협력국들은 현재 일일 38.3만 배럴의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인 러시아는 가장 이행률이 낮은 국가다. 러시아의 12월 감산량은 15.1만 배럴로, 할당량인 23만 배럴에 비해 낮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사태로 유가가 더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나머지 OPEC 회원국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폭의 감산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현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은 다른 회원국들이 시장을 지탱하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노력에 무임승차 중이라고 분노하고 있으나, 지난 수십여 년 OPEC의 최고 수혜자였던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신경을 쓰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OPEC과 명운을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을 구하기 위해 의무 이상의 행동을 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압둘아지즈 장관의 진짜 난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급이 아닌 수요의 문제
공급 과잉으로 일어났던 과거 대량 매도 사태와는 달리,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문제점은 수요의 부재다.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은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는 뜻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가격 폭락은 셰일 혁명으로 저가에 원유 공급량이 급등했던 2014년-2017년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번에는 수요가 거의 하룻밤 사이 갑작스럽게 사라졌으며, 그 근원지도 명확하다: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전역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사들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상품의 최대 구매국이다. 수십억 톤의 원자재를 사들여 완성품을 내놓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급망이기도 했다.
이 "퀴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는 약 30년 동안 매끄럽게 유지되어왔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경제에 광범위한 타격을 입히면서 이 균형이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상품인 원유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점괘
현재 중국 당국에는 언제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종결되고 경제가 정상화될지 말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 작년 세계 성장에서 중국이 차지했던 비중은 66%에 달하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0년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을 5.9%에서 5.5%까지 하향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17,000명을 돌파하고 이미 36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의 원유 수요가 일일 300만 배럴, 내지는 총 소비의 20%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현재 가동 중인 40곳의 독립 정유 공장 중 최대 18곳이 가동을 축소하거나 완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수요 감소 규모는 2008년-2009년 사이의 세계 금융 위기 이래 최대 수준이며, 갑작스럽기로는 911 테러 이래 최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이번 사태로 "WTI 유가가 현재 가격에서 4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공개한 차트에서는 미국 원유가 배럴당 $40을 밑돌았다. 현재 가격에 비해 25% 낮은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남은 선택지는 감산 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 수요가 그보다 빨리,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해 감산을 무효화하지는 않을까?
지금 원유 시장이 가장 답을 원하는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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