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1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판은 이미 짜여 있었다. 러시아가 해야 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은 OPEC의 필요와는 거의 일치하지 않았다.
OPEC+10, 즉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 하에 뭉친 산유국 연합인 OPEC과 러시아를 위시한 10개 협력국 사이의 감산 협의안에 대한 이야기다.
고작 2주 뒤인 6월 25일에 OPEC 회담이, 그 다음날에 OPEC+ 회담이 열리는 시기에도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금년 후반기의 감산안에 대한 지지를 표하지 않고 있다.
멕시코 관세 사태 뒤 반등세 이을 기회 놓쳐
월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11시간 만에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결정을 번복한 뒤 러시아가 보인 - 내지는 보이지 않은 - 반응으로 OPEC과 원유 상승론자들이 유가를 더욱 밀어올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 두 번의 세션에 걸쳐 4%의 손실을 만회했던 WTI는 월요일, 1.3%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WTI와 마찬가지로 두 번의 세션에서 약 4%의 상승을 보였던 브렌트유는 1.6% 하락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의 주요 주가 지수는 주식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반기며 1% 가량 상승했다.
화요일 아시아 시장의 유가는 상승했지만, 회복세는 약한 것으로 보인다.
OPEC, 러시아 '상황' 정리 기다릴 것
OPEC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 칼리드 알팔리(Khalid al-Falih)는 월요일, "이제는 러시아가 (감산 연장에) 합류해야 한다,"고 밝히며 러시아와 관련된 원유시장의 우려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알팔리는 러시아 언론매체인 타스(Tas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이 스스로 상황을 마무리하기를 기다릴 생각이다,"라고 발언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금년 하반기 러시아가 정확히 어느 정도의 원유를 생산할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인 러시아 로즈네프트(Rosneft, OTC:OJSCY)의 CEO는 원유 수출을 줄인다면 시장 점유율을 미국에 뺏길 것이라고 경고하며 감산안 연장을 반대하는 이들 중 하나다. 이고르 세친(Igor Sechin)은 지난달, 미국의 산유량이 사상 최고치인 일일 1,240만 배럴에 도달한 뒤 위와 같이 경고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일일 340만 배럴에 도달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에 나선 이후 도달했던 직전 고점인 360만 배럴에 근접했다.
원유가 금년 첫 4개월 사이 40%라는 엄청난 반등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12월부터 OPEC+가 월 최소 120만 배럴이라는 엄격한 감산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전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멕시코 관세 사태와 미국 산유량 및 재고의 급증, 그리고 꾸준히 악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량 매도 사태가 일어나기 전의 일이다. 러시아 없이는 OPEC이 OPEC으로 성립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잘 알려져 있다.
러시아, 막간에 유가에 지속적인 타격
하지만 현재 러시아는 유가에 도움이 아닌 타격을 입히고 있다.
러시아의 수석 OPEC 협상가인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 장관은 갑작스럽게 태도를 전환하며 새로운 감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가가 배럴당 $30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주장이 원유 상승론자와 하락론자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해도, OPEC의 제일가는 협력국이 입에 담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노박 장관의 논리를 뒤집어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연료 수요가 높은 시기인 여름 운전 시즌을 앞둔 지금, 정말 원유의 펀더멘털한 가치는 그 정도에 불과한가?
노박 장관이 "7월에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원유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러시아와 OPEC은 과연 트럼프가 원유시장을 뒤집기 전에 움직일까?
이미 경계 태세에 들어섰던 헤지 펀드와 트레이더들은 노박 장관의 "7월" 언급을 적신호로 받아들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6월의 기존 회의 일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사이, 러시아는 암암리에 OPEC+ 회담을 7월까지 미루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OPEC의 주요 멤버이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해 자유롭게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이란 역시 회의를 7월까지 연기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향후 2주 동안 OPEC 내부에서는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OPEC과 러시아는 펀더멘털한 측면에서 보아 원유 공매도자들이 여름철에 움직일 수 있는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임에도 5월에 입었던 2자릿수의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놓쳐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금년 유가를 가장 크게 뒤흔든 트럼프가 언제든지 원유시장에 손을 뻗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던져볼 만한 질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