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사우디아라비아가 12월 OPEC 미팅때 10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발표할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 200만 배럴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그 말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을지 아닐지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주한 진짜 문제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여름부터 이어진 생산 관련 실수로 인한 "신뢰 부족" 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의 공약.
원유 트레이더들은 한때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놓는 기본 방침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했지만, 미국이 쏟아내는 셰일유가 세계를 뒤덮는 것이 가능성 있는 전망으로 자리 잡을수록 예전처럼 따르기 어려워져 가는 것이다. 몇주 전의 분석에서도 지적했듯이, 원유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대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에게 달려있었지만, 흥미롭게도 2014년에서 2017년까지 이어진 셰일유 주도 공급 과잉 사태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에너지 거래의 펀더멘털과 정책에 대한 통찰력으로 널리 알려진 런던의 에너지 애스팩츠(Energy Aspects)는 월요일, 최근 12일간 이어진 역사적인 원유 대량 매도 사태에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이란 원유 수출 제재가 예상보다 약했던 것만큼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수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신뢰의 위기'에
에너지 애스팩츠는 아래와 같이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인식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그 국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원유 재고를 5년 평균 혹은 그에 가까운 수치로 안정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맞는지부터 의심받고 있으며, 미국 원유 비축량이 급등하면서 2014년에 겪었던 공포가 사방에 퍼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불신이 시작된 것은 언제일까? 미국이 이란 제재를 발표한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OPEC과 러시아의 협력 하에 18개월 동안 이어왔던 석유 감산을 중지하기로 결정한 6월부터다. 2016년, 유가를 다년간 최저치인 배럴당 약 $25까지 하락시킨 3년에 걸친 공급 과잉과 원유 가격 붕괴를 진정시켰던 것이 소위 OPEC+ 측에서 진행한 감산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6월부터 이란에 가할 예정인 제재가 불러올 통제불능의 원유 반등을 제어하기 위해 OPEC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적인 생산이 필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중동 국가는 하루 최대 25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수출했다. 미국의 중간 선거가 다가오고 있었고, 미국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높은 가솔린 가격으로 분노하는 것을 감당해낼 여유가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 칼리드 알파리(Khalid al-Falih)가 공식적으로 트럼프의 추가 공급 요청을 거부하자 5월과 10월 사이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7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트럼프와 협력 관계에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Mohamad bin Salman, 일명 MbS)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사적으로 이란 원유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증산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장관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묵인 하에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이 셋이 원유 시장에 행사하는 지배권은 블룸버그에 실린 이 글에서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 2019년과 그 이후 유가를 결정하는 것은 OPEC이 아닌 트럼프, MbS와 푸틴이다.
3인 연합 붕괴
셋의 연합은 완벽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봉쇄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는 미국 중간 선거 바로 전날 이란 원유 제재에 대한 예외권을 발급했다. 이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기록적인 양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었다. 근 1년간 바닥을 기다시피 했던 미국의 셰일유 생산량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몇백만 배럴에 달하는 새로운 비축 원유가 쌓이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갑작스럽게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었다. 유가는 고작 6주만에 5개월에 걸쳐 올랐던 수치를 뛰어넘는 25% 하락했고, 사상 최장의 12일 대량 매도를 겪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두번째로 생산 정책을 뒤집어야 했다 - 이번에는 증산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기다리는 사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은 감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은근한 협박을 해왔고, 러시아 측에서도 자국 에너지 회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산을 거절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에 대응해 일일 50만 배럴의 감산을 선언했지만, 이 미미한 양의 감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더욱 격렬한 대량 매도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왕국에서는 12월 6일 OPEC+ 회담에서 일일 140만 배럴의 감산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도 러시아는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에너지 애스팩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곤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12월 6일 OPEC이 처리해야 할 일은 간단하지만, OPEC과 러시아가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에는 한 점 의심도 없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지 여부와 MbS를 둘러싼 추문이 미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시장은 상승세를 거의 완전하게 포기했다."
혼란에 빠진 시장과 정치
그 "추문"은 MbS가 자신을 비판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기자이자 미국 시민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를 죽이도록 명령했다는 집요한 믿음이다. 왕국 측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CIA는 왕세자가 살인을 명령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에 대한 낮은 제재 조치를 발표한 상태로, MbS와 보다 직접적인 관계가 밝혀질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는 훨씬 심각하고 곤혹스러운 결과를 맞게 될 수 있다.
시카고의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Price Futures Group)의 원유 분석가인 필 플린(Phil Flynn)은 "CIA 보고서가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적한다.
에너지 애스팩츠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잡한 관계의 영향으로,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펀더멘털만에 기반해 움직인다고 믿기 어려운 상태이다. 트럼프가 OPEC 회담 전날 MbS에게 발을 빼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