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여세린 기자] 은행권 희망퇴직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인생 2막'을 찾아 떠나는 은행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일 희망 퇴직자를 확정한 하나은행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53명 줄어든 226명이 은행을 떠났다.
우리은행은 13명 늘어난 362명이 퇴직했는데, 퇴직 대상자 중 실제 퇴직자 비율은 올해 더 높았다. 앞서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진행한 농협은행에서도 전년보다 121명 감소한 372명이 떠났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전년보다 154명, 39명 줄어든 234명, 674명이 은행을 떠났고,NH농협은행에서도 372명이 짐을 꾸렸다. 이로써 5대 은행의 상반기 희망퇴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22명보다 16% 가까이 줄어든 1868명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희망퇴직자자가 감소한 데는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높은 이자수익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속에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은행권은 희망퇴직 조건을 1년 전보다 하향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특별퇴직금으로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치 월급을, 일반직원에게 20개월 치를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치, 일반 직원에게 20~39개월 치를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퇴직금이 대폭 줄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3~35개월치 월급을 지급하던 퇴직금을 올해는 18~31개월치로 줄였고, 신한은행도 9~36개월치 월급에서 7~31개월치로 퇴직금을 축소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로 최대 5개월치 월급에 달하는 퇴직금을 낮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매력적인 조건일 경우 희망퇴직을 선택하는데, 요즘은 부동산과 증시 등 불안정한 환경에 퇴직금도 낮아지면서 퇴직보다는 재직을 선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렇게 퇴직자 수가 줄면서 신규 채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퇴직자 수를 고려해 인력 조정을 하는데, 최근 은행권 점포 수가 줄고 있는데다 희망퇴직자도 감소하면서 신규 인력을 늘리기 힘든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퇴직자의 감소로 당장 신규 채용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인력 정체가 지속되면 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련 부서에서 사회적 분위기와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