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영택·이형진 기자] 지난 19일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눈에 살펴보고,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비교·선택할 수 있게 ‘온라인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가 본격 시행됐습니다.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보험 비교 플랫폼을 통해 가입한 개인용 자동차보험 건수는 1000여건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 갱신은 주 평균 14만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0.7% 미만의 처참한 수준입니다.
대부분 보험사 홈페이지 채널(CM)을 통해 가입했고, 플랫폼 채널(PM)을 통한 가입은 고작 몇 백건에 불과했는데요.
◇ 보험 비교 플랫폼 서비스…”소비자 체감 효용도 클 것”
초기 흥행 실패는 원인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시장점유율 85%를 가진 대형 보험사들은 별도의 보험요율 체계를 두고, 플랫폼 사업자들에 지급하는 수수료율 3%를 보험료에 그대로 반영한 겁니다.
때문에 기존 고객들은 보험사 상품을 갱신하는 것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보다 3만원 이상 보험료가 저렴하게 되는 겁니다. 굳이 옮길 이유가 없는 셈이죠.
애초 금융위는 보험상품이 일상생활과 밀접하지만, 정보 비대칭성이 높아 금융상품 플랫폼 비교 추천 서비스를 출시했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용도 클 것이라면서 도입 취지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쉽게 얘기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더 적합한 상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였죠.
또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 연계가 가능한데요.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실손의료보험, 해외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 펫보험, 신용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 확대가 가능해 보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 금융위 담당부서, 보험사 카르텔 앞장…”표준API 따라야 협박 수준” 주장
하지만, 애초 취지와 다르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플랫폼 업계는 금융위가 기존 대형 보험사 4곳 카르텔에 힘을 싣고, 불합리한 규정으로 사실상 플랫폼 사업자들을 옥죄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더 큰 광고비를 투입해도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었던 중소형 보험사도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말이죠.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앞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정확한 보험료 산출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개별 API 필요성을 이야기 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금융위 담당자는 손보협회가 정한 표준 API를 따르지 않으면 서비스를 못한다며, 강제로 MOU를 체결토록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금융위 보험과는 중개수수료를 1% 밑으로 낮추라고 강요했다”면서 “원래 4%대에서 3%로 양보해서 낮춘 건데, 금융위 국장과 과장이 중개수수료 가격에 개입해 1/4로 줄이겠다고 압박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수료 때문에 보험료가 비싸진다는 얘기는 보험사의 일방적 주장이고, 이미 광고비를 그보다 훨씬 많이 쓰고 있다”면서 “중개서비스가 광고료보다 낮은데, 중개수수료 때문에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황당한 주장을 대형 보험사들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심지어 플랫폼 업계에서는 금융위 보험과가 대형 보험사 4곳의 카르텔에 앞장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금융위 “핀테크 담당 아닌 보험담당…양쪽 만족 불가”
보험사와 플랫폼 사업자간 갈등을 취재 과정에서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금융위 해당 부서 담당자는 중개 서비스가 잘 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취재원은 “미팅에 참석한 금융위 관계자는 (자신은) 핀테크가 아닌 보험 담당자라면서 보험사에 유리하게 설계해 어그러지게 하는 게 목표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플랫폼 업계는 보험을 하고 싶고, 보험사들은 빼앗기기 싫으니 여러 이해관계가 있다”면서 “특히 자동차 보험의 경우 양쪽이 100프로 만족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플랫폼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가) 일단 생각보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이 비교를 하고 계신다”면서 “다만, 계약까지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아주 빠르고, 굉장히 많은 건 아니지만,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