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주요 기업들의 인사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CJ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2022년 10월에 조기 단행한 것과 대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2024년 그룹 인사 발표 시기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지난달 18일 CJ그룹은 지주사인 CJ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략기획과 사업관리 조직을 통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묶어서 관리하고 재무운영실과 재무전략실도 재무실로 합쳐 운영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CJ는 지난해 10월부터 강호성 경영지원 대표, 김홍기 경영 대표 2인 체제로 운영해 왔다.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강 대표가 사임을 했고 당분간 김 대표가 경영지원 업무까지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CJ가 실적이 부진한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하는 쇄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새해 첫 행보로 찾은 올리브영서 양적·질적 성장 치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 회장이 새해 첫 행보로 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치하하고 "실적뿐 아니라 사업을 준비하고 일하는 방식까지 그룹의 다른 회사도 배워야 할 모범"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장이 계열사 현장을 방문한 건 2019년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 연구소인 CJ블로썸파크를 다녀간 이후 5년 만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3분기 매출 1조5억원을 기록하며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전체 매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온라인의 성장이다. 올리브영은 코로나19 시기 O2O(Online to Offline) 역량을 강화하고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찾아올 오프라인 시장 재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중 온라인은 2591억원을 기록해 올리브영 역사상 역대 최고치를 신했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에서 성과를 낸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올리브영의 활약은 K뷰티 열풍 안에서 더욱 눈부셨다. 올리브영에 입점한 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수출까지 이어진 사례가 늘어나며 K뷰티 양성소로 통하기도 했다. 관광 상권 대표 매장인 '올리브영 명동타운'은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한 뒤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 회장이 '온리원(ONLYONE)' '모범' 등의 단어를 써가며 칭찬한 것도 이 부분이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실적에 안주하면 반드시 위기가 오더라" 며 "지금 자세를 흩트리지 말고 온리원 정신을 바탕으로 반드시 글로벌 사업자로 도약하자"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상생경영에도 방점… 중기 위해 3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상생과 생태계 활성화 등 사회적 책임을 당부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올리브영은 지난해까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등의 이유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뻔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올리브영의 손을 들어주며 행사독점 강요 등을 이유로 19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부과 조치로 사안을 종결한 바 있다.
이후 올리브영은 K뷰티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해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올리브영 상생펀드를 통해 적용받는 감면 금리는 연 2.39%포인트로, 대출금리가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 임직원들에게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자로서 건강한 뷰티 생태계를 조성할 책임이 여러분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협력업체에 손해를 보도록 강요하는 회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마켓을 선도하되 상생 경영으로 업계 생태계를 책임지는 모범 기업이 되는 것. 이는 비단 올리브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 현장경영의 의미로 성과를 거둔 그룹 계열사를 추가 방문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올리브영 본사 방문 이후 이 회장의 다음 행선지와 신년 인사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