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싱가포르 발주처가 선택한 'K-건설'… SOC 기술의 숨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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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터뷰] 전병호 DL이앤씨 TTP1 현장소장 "산 넘어 산 공사 도전 이어"
(4) [르포] 난구간도 '척척'… 철도 건설 명가 증명한 대우건설
(5) [인터뷰] "현장이 답이다" 김용희 대우건설 CR108 소장의 원칙
(6) [르포] GS건설, 싱가포르 최대 차량기지 준공 '눈앞'
(7) [인터뷰] 김주열 GS건설 T301 현장소장 "안전 중시 문화로 ESG 실천"
[싱가포르=정영희 기자] 지하철 공사는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작업 현장의 장애물 발생과 붕괴 위험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다수의 해외 국가에서 사회기반시설(SOC)을 건설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대우건설은 동아시아 최고 선진도시로 손꼽히는 싱가포르의 철도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 MRT(Mass Rapid Transit) 톰슨라인 T216의 준공을 성공시켜 싱가포르 정부 육상교통청(LTA)의 신뢰를 얻은 대우건설은 2020년 도시철도 '주롱리전라인' J109공구와 이듬해 '크로스아일랜드라인' CR108 공구를 잇따라 수주했다.
CR108 공구 건설공사는 크로스아일랜드라인 내 환승역 파시르리스(Pasir Ris)역과 터널을 설계·시공하는 사업이다. 지질전문건설업체 동아지질과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를 구성해 참여했다. 총 공사비는 한화로 약 8000억원. 시공사가 공사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직접 설계와 입찰에 참여하고 시공까지 담당하는 디자인 앤드 빌드(Design & build) 방식을 채택했다. 2023년 8월 현재 공정률은 약 9.7%다.
현장에선 지하 연속벽(Diaphragm Wall) 제작이 한창이었다. 특수 굴착기와 안정액(굴착 벽면이 붕괴되거나 공벽으로부터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입하는 혼합액)을 이용해 지하에 연속 콘크리트 벽체를 세우는 공법이다. 주변 지반 침하를 막고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공사비가 많이 들고 지질에 따른 공사 방법이나 장비를 선정하는 데 고도의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지하 연속벽 제작 현장에는 거대한 굴착기계와 철근 등이 많이 보였다.
기술력과 안전… 발주처 사로잡은 비결
LTA는 시공사를 선정할 때 매우 까다로운 심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엄격한 입찰과 시공관리제도를 운영한다. 시공물의 품질 관리뿐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관리 능력을 검증한다. 김용희 대우건설 CR108 현장소장은 "입찰 당시 LTA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과 안전사고를 최소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톰슨라인 T216 공구의 적기 준공과 이를 통한 기술력 입증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R108 공구는 국제학교가 많은 파시르리스 지구에 위치해 있다. 버스환승센터도 인접해 주변에는 공공주택(HDB)이 많다. 싱가포르 전체 지하철 공사 현장 가운데 가장 많은 6200가구 규모다. 현장을 둘러싼 가설 울타리 밖으로 수십 동의 아파트가 솟아있다. 현장 주변을 지나는 유동인구도 적지 않다.
CR108 공구도 민원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소음저감시설을 설치하고 공사 시간을 정하는 데도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주민과 유관기관, 시공사간 소통을 담당할 직원을 선발해 별도 팀을 꾸렸다.
무엇보다 유대감 형성과 거부감 약화에 집중했다. 아파트 주민들을 초대해 '블록 파티'(Block party)를 열기도 했다. 파티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소음과 진동 발생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하고 공사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미래에는 몇 배의 편리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득했다.
김 소장은 "매 블록 파티마다 전 직원이 참석해 협력했다"며 "이 같은 소통 시도가 이어져 이제는 지역 국회의원과 주무부처 장관 등도 적극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난도' 환승역 공사도 걱정 없는 이유
지하철 공사에선 환승역 건설이 난구간으로 꼽힌다. 환승역은 기존 노선과 인접한 곳에서 작업이 진행돼 안전 관리를 통한 정밀 시공이 요구된다. 기존선의 막차부터 첫차 사이에만 공사가 가능하다. 한국의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지하철 운영을 담당하는 SBST나 SMRT 등으로부터 승인받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신규 역사와 기존 역사의 시방서에 차이가 있거나 아예 불일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김 소장은 "한 마디로 시공 생산성이 나쁘면서 많은 자원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는 과정"이라며 "해당 현장은 내년 초 환승역 공사에 착수할 예정으로 검증된 외주업체와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투입해 공사 기간(공기) 지연 없이 진행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널도 만만치 않다. 싱가포르 영토는 대부분 지하 3~10m 지점에 점토층이 있어 터널 공사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졌다. 붕괴나 지하수 유출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시공사도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준공은 2029년 12월 예정이다. 막 걸음마를 뗀 만큼 직원들과 팀워크를 구축해가는 중이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육교 해체 작업을 밤 사이 진행했는데, 이때 큰 협동심을 발휘했다고. 육교 위 보행자와 아래 지나는 차량이 없는 심야 시간대에 철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 첫차 운행 전인 새벽 4시30분 전에 모두 끝내야 했다. 직원들이 정밀한 계획하에 분업했고 첫 대형 과업을 무사히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