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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버스 떠났다? [급변하는 IT 트렌드①]

입력: 2023- 08- 29- 오후 09:18
© Reuters 메타버스, 버스 떠났다? [급변하는 IT 트렌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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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CT 업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시간이다. 다양한 이슈들이 마치 당장이라도 판을 흔들 것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으나 이내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팬데믹을 거친 후 온택트 트렌드를 타고 ICT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으나, 리오프닝으로 접어들며 그 파괴력이 신기루처럼 잦아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이 나빠지며 유동성이 떨어진 일부 기업들이 투자유치 등 소위 '돈의 흐름'을 무리하게 쫒으며 많은 이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메타버스에 시선이 집중된다. 메타버스는 한때 인터넷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팬데믹이 종료된 후 급격히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최초의 메타버스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 사진=갈무리

잘 나가던 메타버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및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다.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는 다르게 초월적 하이브리드 세상을 의미하며 3차원 가상공간에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쉽게 말해 3D 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자아를 복제한 후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개념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린든랩이 2003년 만든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다. 최초의 메타버스 플랫폼이자 게임이며, 유저는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어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에서 메타버스를 즐길 수 있었다. 생산활동을 해 돈을 벌거나 서로 감정적인 교류를 느끼기도 했다. 한국에서 도토리를 통해 싸이월드 아바타를 꾸미던 시기와 비슷하다.

다만 세컨드 라이프는 2008년 페이스북 (NASDAQ:META) 등 1세대 SNS의 등장과 함께 사실상 몰락하게 된다. 여전히 서비스는 존재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사장된 플랫폼으로 본다. 잦은 기술적 오류와 더불어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로 사실상 역사에서 사라진 게임이 됐다.

이렇듯 오랫동안 숨 죽이던 메타버스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화려한 귀환'에 성공했다. 감염 우려로 온택트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메타버스라는 초월적 공간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파괴력은 상당했다. 한때 블록체인과 NFT라는 키워드가 발표되는 순간 관련 기업의 주가가 묻지마 상승을 보였던 것처럼 ICT 플랫폼 기업에게 메타버스는 자사의 기업가치를 띄우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메타버스' 시대다.

구체적인 열풍의 시작은 ICT 철학자 젠슨 황 엔베디아 CEO가 운을 띄웠다. 그는 2020 GTC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 20년을 압도하는 앞으로의 20년에는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일이 시작될 것"이라며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고 말하며 글로벌 ICT 업계를 열광시켰다.

세컨드 라이프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ICT 인프라가 고도화된 상태에서, 온택트 트렌드를 탄 원격 리모트 콘트롤 트렌드가 제2의 메타버스 부흥의 열쇠가 됐다. 5G가 시장에 안착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확충된 상태에서 팬데믹이 불러온 온택트 트렌드라는 시대의 흐름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웹3.0도 큰 인기를 얻었다. 실리콘밸리의 유력 VC인 a16z(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이끄는 마크 안드레센이 웹3.0에 베팅하는 한편, 실리콘밸리 전체가 웹3.0의 개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웹1.0이 이용자들에게 콘텐츠의 '읽기'만 제공하는 개념이라면 웹2.0은 '읽기와 쓰기'를 지원한다.

웹3.0은 모든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유를 부정하고 플랫폼이 아닌, 일종의 공동 점유를 전제하는 방식이다. 이를 메타버스와 연결시킬 경우 인터넷의 역사가 바뀔 것이라는 과감한 예언이 난무했다.

마크 저커버그와 사티아 나델라가 메타버스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갈무리

한 풀 꺾인 이유는?

지금은 어떨까. 메타버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예전만큼 활발하지 못하다. 팬데믹 기간 유통기업들을 대상으로 수 없이 많은 회사들이 자체 메타버스를 구축하거나, 혹은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하는데 열을 올렸지만 지금은 그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기술 인프라 수준은 크게 향상됐으나 여전히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데믹이라는 시장 환경이 리오프닝으로 변하며 온택트 트렌드가 약해진 것도 상당한 타격이 됐다.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로드맵에 집중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분기 매출이 32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나 성장하는 한편 지난 6분기만 최고 성적을 거뒀으나  메타의 리얼리티 랩스 사업 부문 매출은 2억7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감소했다. 손실은 40억달러로 23%나 늘어난 상태다.

일단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추진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실제로 양사는 메타버스를 일종의 생산성 확대를 위한 '또 다른 공간'으로 정의한 후 AI 측면에서 기간 인프라부터 차근차근 입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AI가 기반이 되는 메타버스를 통해 생산성 확대를 전제로 하는 새로운 인터넷 공간을 장악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과 같은 365의 앱과 윈도우 기능은 물론 MS 인튠(Microsoft Intune)과 애저 액티브 디렉토리(Azure Active Directory)과 같은 관리와 보안, 다양한 팀이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의 공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퀄컴도 합류한 상태다. 메타와 퀄컴은 지난해 IFA 2022를 통해 프리미엄 메타버스 전략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스냅드래곤 확장현실(XR) 플랫폼을 기반으로 메타 퀘스트 기술 개발에 협력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단순 플랫폼 로드맵에 AI 전략까지 더해가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오는 9월 27일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신형 헤드셋인 퀘스트3를 공개할 예정이지만 최근 공간 컴퓨팅 카드를 빼든 애플의 진격전도 매섭다. 무엇보다 애플은 6월 초 WWDC 2023을 통해 비전 프로를 공개, 메타버스 이상의 인터넷 플랫폼 카드를 빼들며 메타버스라는 한정된 영역까지 덮어버린다는 각오다. 아직 메타버스 업계의 시련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메타 퀘스트 프로. 사진=메타

"진화에 배팅한다"

메타버스 전반의 성장 동력이 저하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AI라는 메가톤급 이슈에 철저히 파묻히며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메타버스 트렌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 호흡을 고르며 새로운 진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웹3.0 및 AI 전반의 융합 플랫폼으로 부각되는 것이 눈길을 끈다. 메타버스 단일 전략으로는 '부흥'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판을 깔아주는 메타버스의 특성상 AI 등 인텔리전스 로드맵과 만날 경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그리는 작업이 병행될 경우 의미있는 한 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AI가 기반 인프라로 작동하며 인텔리전트 측면에서 메타버스 및 NFT, 블록체인, 웹3.0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그림이다. 올해 초 CES 2023에서 메타버스 등 기존 키워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된 상태에서 '초연결'이라는 화두가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융합 메타버스 로드맵의 등장 여부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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