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중국 부동산 기업인 완다그룹(HK:0169)의 디폴트 위기가 불거지면서 중국 내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실물 경제 회복은 더욱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도 덩달아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개발업체인 다롄완다그룹의 계열사인 다롄완다상업관리집단은 오는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4억달러 중 2억달러 가량이 부족하다고 채권단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완다그룹은 자금 조달 대안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완다그룹은 지난해 7월에도 부도설이 나왔지만 10억위안(약 1757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시장은 디폴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디폴트 가능성을 밝힌 자회사 채권 가격은 전날 23.4% 급락한 데 이어 이날 8% 추가로 하락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다롄완다 상업관리그룹의 장기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하면서 단기간 내에 추가 로 강등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완다그룹의 사태는 중국 부동산 경기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신규 사업 면에서 모두 부진한 상태다. 6월 판매가 전년 대비 28.1% 급감했고 개발투자는 전년 대비 20.6% 감소하면서 중국의 상반기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7.9%를 기록했다. 신규주택 가격은 회복되지 않아 전년과 비슷한 보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완다그룹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기업의 역외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인 헝다그룹이 디폴트에 빠지면서 부동산 평가(시공능력 등) 100위권 이내 업체 10여곳이 연쇄적으로 디폴트에 빠진 바 있다. 전날 발표한 헝다그룹의 2021~2022년 누적 손실 규모는 8120.3억위안에 달한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의 성장동력으로 중국 경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부동산 시장이 부진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위기감도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6.3%로 지난 1분기 (4.5%)보다는 높아졌지만 시장 예상치인 7.1%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0.4%에 불과, 올해 2분기에는 기저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라는 평가다.
실업률과 수출입, 제조업 지표 등도 부진했다. 6월 실업률은 5.2%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3.1%로 4월 18.4%, 5월 12.7%에 이어 하락세를 보였다. 수출은 5~6월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수입은 지난 6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6월 생산자 물가는 -5.4%를 기록하며 저성장과 물가하락의 악순환에 빠지는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의 갈등 고조로 서방 기업들을 비롯, 외국인 직접 투자도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000억달러였던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 1분기에는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19일 민간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민간 기업을 국영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며 "기업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기업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민간 기업의 증시 상장, 회사채 발행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함께 플랫폼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신화통신은 "민간부문의 발전의 토대이자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동력"이라고 보도했다.
알리바바와 같은 빅테크 기업 등에 대한 정부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민간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시장 및 부동산개발업체의 디폴트 리스크가 증폭되면서 중국 경기가 침체 리스크를 벗어나지 쉽지 않아보인다”며 “7월 말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추가 재정 부양책이 논의된다면 재정 부양정책 규모가 하반기 중국 경기 모멘텀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리오프닝 효과가 지연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량이 줄어드는 등 매크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침체는 한국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연평균 400억달러 대의 무역흑자를 안겨주던 중국이었지만 지난해 대 중국 경상수지는 77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직간접적으로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19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발표(1.5%)한 것보다 0.2%포인트 낮은 1.3%로 하향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국 경기 부진도 고려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