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프랑크푸르트 본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위기설에 휩싸였던 크레디트 스위스 (NYSE:CS)가 UBS(NYSE:UBS)에 인수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 우려가 도이체방크로 옮겨붙었다.
현지시간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에서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장 중 한때 전날 종가 대비 14.8% 폭락했다가 8.53% 떨어진 8.54유로에 마감했다.
장중 10%를 훨씬 웃도는 이같은 폭락세는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2주 만에 거의 30% 폭락했다.
이 기간 도이체방크의 시가총액은 70억유로(약 9조8천억원) 날아갔다. 불과 2주새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시총이 상대적으로 작은 곳 한 곳이 사라진 셈이다.
도이체방크의 시가총액은 현재 165억유로(약 23조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국내 4대 금융그룹 시총 57조 1000억여원과 비교하면 40%정도 된다.
도이체방크의 폭락 이유는 치솟은 부도위험 지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이체방크 5년물 은행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215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SVB가 파산한 지난 10일 93bp에 비해 2배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다.
도이체방크 은행채 1천만유로(약 140억원) 상당에 대한 부도위험 손실보상보험액은 20만유로(2억8000만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불과 이틀전인 지난 22일만 해도 14만2000유로(2억원)였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CDS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가 CS의 수순을 따라갈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JP모건은 분명한 촉매 없이 도이체방크의 CDS가 급등했다면서 도이체방크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키안 아보호세인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도이체방크의 자본 비율이 강하며(13.4%의 자기자본 1순위 비율), 소송에 대한 우려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강한 유동성 비율(142% 유동성 적정성 비율)로 2015년~2018년에는 예금 유출도 제한적이었으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애널리스트는 도이체방크의 2022년 순이익이 50억유로로 매우 뛰어난 수익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오토너머스 리서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의 튼튼한 자기자본과 유동성 포지션을 봤을 때 도이체 방크는 다음 CS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ntv방송이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도이체방크는 아주 이익을 잘 내는 은행으로, 그 미래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철저한 조직 개선을 했고, 사업모델을 현대화해 아주 수익성이 좋은 은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