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1월12일 (로이터) - 주식 시장이 경제는 아니고, 경제도 주식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둘은 같이 움직일 때가 종종 있는데, 현재 그런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조만간 주식 시장과 경제가 서로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파멸의 올가미'(doom loop)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지만 이런 표현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더 적합하고, 지금 쓰기엔 너무 강할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어둠의 올가미'(gloom loop)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미국 경제 주기와 주식 시장의 황소 장세는 최장기간 이어졌지만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이는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끝날 위험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와 주식 시장이 상호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하강 속도를 높이고, 동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주식 시장 하락은 소비심리, 지출, 기업 투자에 타격을 가하고, 국내외적으로 금융시장 상황을 위축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정점에 도달한 상태에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신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미국 경제가 입을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
주식 시장과 경제 하강 사이의 역사적 상관관계는 들쭉날쭉하다. 경제학자들이 경기침체 예측을 잘 못하는 걸로 악명 높지만, 주식시장의 예측력은 이보다 오히려 더 안 좋다.
지난달 금융시장 혼란 속에 미국 주식시장의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은 7년 만에 월간 최악인 7% 하락했다. 이 여파로 전 세계 주식시장은 동반 급락했다.
하지만 11월 첫째 주가 되자 시장은 급반등했고, 월가는 조정 영역에 진입했으나 여전히 베어 마켓(bear market)으로 불리는 약세장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적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연준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남은 기간과 적어도 중립적으로 생각하는 3% 정도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처럼 보인다.
시장의 또 다른 '붉은 10월'이 일어나면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가 바뀔까?
스탠다드은행의 스티브 배로우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 "미국 경제는 이미 완전 고용 상태에 있기 때문에 경기 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춘다고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성장이 둔화될 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냉각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하회하지만 성장이 강할 때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미국의 금융 분야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 분야가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유로존의 두 배 가까운 10%에 이른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상 미국 주식 시장이 미국 외 지역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수 있다.
OECD는 미국 주식 시장이 10% 하락한 다음 해에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GDP가 0.5%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OECD는 "강력해진 금융시장 통합이 미국이 모든 경제국가의 생산에 미치는 충격의 역효과를 높여놓았다"라고 말했다.
10월 일어난 주식 시장 투매 현상이 GDP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 중앙은행들의 글로벌 유동성 흡수, 금리와 달러 가치 상승 등을 포함해서 위험이 점점 더 커질 경우 GDP도 위축될 것이다.
전 세계 주가가 20% 떨어질 경우 선진국 전반의 평균 GDP가 0.3~1.1%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심각한 경우 글로벌 GDP가 최대 1.6%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그 시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이 될 것이란 게 경제학자들 사이의 중론이다.
하지만 10월 시장에서 일어난 일어난 일이 한두 차례 더 일어날 경우 경기 하강 속도가 더 쉽게 빨라질 수 있다.
* 칼럼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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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GDP & markets - OECD https://tmsnrt.rs/2Qta43L
Wall Street falls and U.S. recessions https://tmsnrt.rs/2QtIBir
Global GDP & markets - Oxford Economics https://tmsnrt.rs/2QrQi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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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