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금융권까지 앞다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예상을 밑도는 실적과 내부 통제 부실에 따른 사건·사고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매주 금요일마다 오후 5시 이후 시간을 비워놓고 밀린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시급한 현안이 있는 담당 부행장과 부서장이 토론 상대다. 행장과 대화하고 싶은 직원이 먼저 면담을 요청할 수도 있다.
조병규 행장이 끝장 토론에 나선 건 실적 둔화가 예상보다 급격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병규 행장은 지난 1월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부터 공격적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해온 데다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의 2대주주(12.6%)로서 투자 효과가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 증가로 대부분 시중은행이 기업금융을 확대하면서 출혈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개인 대출 영업과 글로벌 사업 부문 실적이 지지부진한 점도 은행 실적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농협은행도 비상 경영에 나섰다.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것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매주 일요일 오후 부행장을 한데 모아 비상 경영 회의를 하고 있다. 현안과 관련된 부서장도 회의 참석 대상이다.
사실상 주 6일 근무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비상 경영 회의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농협은행이 임원 주말 회의를 재개한 것은 지난 2016년 후 8년 만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비상 경영 회의체를 운영했다”고 했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EPC(설계·조달·시공) 3사 임원들이 올해 초부터 주 6일 근무를 시행 중이며,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임원들도 이르면 4월부터 주 6일 근무에 돌입했다.
SK그룹도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데스(돌연사)' 위기를 강조하면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새롭게 선임하고 쇄신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SK는 2000년 7월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사라졌던 그룹 경영진의 '토요일 회의'를 지난 2월 부활시켰다.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에 대비하는 등 위기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