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영택 기자] 신축 아파트 등 빌트인가구 입찰 과정에서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저지른 한샘, 에넥스 등 가구업체 8곳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회사의 담합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 한샘, 넵스, 에넥스 등 8개 가구사 임직원 11명에 징역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건설산업기본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 임직원 11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각 법인에는 1억~2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담합은 입찰 공정성을 해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해 국민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 사건에선 담합이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 발견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만 입찰 건설사들의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은 점, 피고인별 담합 참여 기간과 낙찰가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양하 전 한샘 회장에 대해선 “부하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피고인이 담합에 대해 몰랐다고 진술했다”면서 “문서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비대면으로 일괄 결재한 흔적이 보인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윤리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구업체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신축 현장 783건의 주방 및 일반 가구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낙찰예정자와 입찰가 등을 합의해 써낸 혐의를 받고 있다. 빌트인가구는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담합으로 인한 가구 가격 상승은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담합한 입찰 규모는 약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공정위, 총 31곳 931억원 과징금 부과…한샘 대주주 IMM PE ‘난처’
앞서 공정위는 이들 담합업체 총 31곳에 931억원의 과징금, 특히 한샘에 25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대주주인 IMM PE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한샘은 지난해 흑자전환(영업이익 19억원)에 달성했으나, 여전히 업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월 한샘의 경영권을 인수한 IMM PE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 당시 일어난 입찰 담함과 관련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샘 관계자는 “관련 행정 소송 등 법령을 살펴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