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2차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시장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연락한 기관투자자는 탄식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1차에 이어 이번에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5월2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2차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상장기업이 개별특성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등 5가지 핵심 특성을 제시했다. 또한 상장기업이 가치 제고에 중요한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및 공시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당근도 채찍도 없었다. 지난 2월26일 1차 가이드라인 발표와 마찬가지로 강화된 세제 지원 인센티브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금융당국은 1차 가이드라인에서 주주환원 확대시 법인세 경감,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의 세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세제지원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끝나는대로 발표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 당일 코스피는 결국 2700선을 뚫지 못하고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1차 가이드라인 공개 당시 국내주식을 1200억원 가까이 사들이던 외국인은 이날 27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사실상 시장에서 가장 기대한 부분은 세제 혜택에 관한 내용인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어 실망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세제 지원 혜택을 확대해 달라는 기업들의 건의가 있었다는 점을 돌아보면 이번 2차 가이드라인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한국 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필수 동력을 빠뜨린 채 시장의 질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이 구체화될 때 비로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를 쏙 빼놓고 매번 기업 가치와 밸류업을 논하는 일은 시간만 허비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놔두고 '자율'만 강조해서는 진정한 밸류업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