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KS:005930) 중국 매출(별도 기준)은 지난해 42조20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54조6998억원) 대비 22.9% 줄었다. 2021년(59조7247억원)과 견줬을 때는 29.3% 하락했다.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중국 매출 비중은 29.9%→ 25.8%→ 24.8%로, 중국 계열사는 69곳→ 67곳→ 63곳으로 축소됐다.
중국 사업 축소는 현지 사업 매력이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 사업 추진 배경으로 꼽혔던 대규모 시장과 적은 노동자 임금은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도는 중국보다 인구가 많으면서도 월평균 임금은 절반 이하에 그친다. 베트남에서는 외국 브랜드와 문화를 즐기는 2030 '도이머이'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가전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하는 베트남을 종합 연구·개발까지 수행하는 전략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중국은 내수시장 침체 등의 요인으로 경제위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5% 안팎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데 이마저도 달성 가능성이 의심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기구(OECD)는 각각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6%, 4.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렸으나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이 언급되지 않으면서 경제위기 우려가 확대됐다.
미·중 갈등도 사업 축소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 기업에 고성능 인공지능(AI)용 학습용 칩,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일부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10월 사양이 낮은 AI 칩에 대해 수출을 추가 금지했고 최근에는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된 반도체를 활용한 노트북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미국 정부는 한국 등 동맹국에도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발로 인해 중국 내 반도체 중고장비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중 갈등 속 미국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투자금만 170억달러(약 22조9000억원)에 달한다. 공장 건설로 삼성전자는 60억달러(8조여원) 이상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보조금은 미국 추가 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