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서울 영등포 삼천리 본사. 사진= 삼천리
지난해 이른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려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던 삼천리의 주가는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경영실적 호전, 긍정적인 정부정책의 소식에도 삼천리의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에는 주주친화적이지 않은 정책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당시 삼천리의 주가는 2022년 4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다 8월에는 20만원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며 지난해 4월에는 역사적 최고점인 524,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삼천리의 주가는 경영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주가조작 사태때 기록한 역사적 최고점인(52만 4000원)에서 5분의1 수준인 9만원대에 거래중이다. 삼천리 주가는 10년 동안 10만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큰 움직임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대대적 주가 상승은 주가조작사태 때뿐이었다.
최근 정부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소식과 함께 저PBR주들이 주목받으며 리레이팅(주가재평가)될 때도 삼천리는 구경만 할 뿐이었다.
삼천리의 주가가 잠잠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주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삼천리 주가조작 사태때,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삼천리 대주주와 경영진들은 주식을 매도해 이익을 챙기지 않았다.
SG증권 사태 관련기업들의 경영진 또는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해 이익을 챙긴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SG증권 사태 당시 김익래 전(前)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다우데이타 140만주를 605억에 매도했고,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서울가스 10만주를 약 456억에 매도했으며, 김영훈 회장(김영민 회장 동생)이 최대주주인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12만주를 약537억에 매도했다.
이에 대해 삼천리 관계자는 "변화가 큰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에서는 주가급등 당시, 주가가 급등하는 뚜렷한 이유가 없어 주가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본업에 충실하라는 메시지가 있었으며, 경영진에서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물론 주가에 연연하지 않은 배경에는 삼천리 동업 원칙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천리그룹은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도시가스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삼천리 계열과 해외를 중심으로 석탄산업을 진행하는 에스티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구 삼탄) 계열로 나뉜다. 삼천리의 이만득 회장과 에스티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유상덕 회장 일가는 양가 지분을 5대5로 정확히 유지하고 있다. 동업 원칙에 의해 삼천리의 최대주주인 이만득 회장과 유상덕 회장 일가는 주식을 한 주도 매도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삼천리는 역사적 최고점에도 매도하지 않은 대주주와 경영진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일까.
삼천리의 주요 사업은 도시가스 공급업이다.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가스를 공급 받아 인천시와 경기도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종속회사들이 ▲집단에너지사업 ▲자원개발사업 ▲플랜트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자산운용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삼천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5조6639억원으로 전년대비 2.2%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91%증가한 1,743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18% 증가한 1,458억원을 기록하며 크게 상승했다. 주요 산업인 가스판매 실적이 하락하며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연결 종속회사의 실적 향상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변동성이 크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가스 판매 매출은 크게 변동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삼천리 배당 성향.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삼천리가 안정된 수익구조, 경영실적 호전, 긍정적인 정부정책의 소식에도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에는 주주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꼽는다.
삼천리의 배당금액은 실적 변동과 무관할 정도로 3000원으로 2017년도부터 7년간 고정되어 있다. 22일 주주총회에서도 배당금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1주당 3000원으로 결정됐다. 배당성향이 20% 미만으로, 최근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은행주가 배당 성향을 40%~60%까지 상향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마디로 배당에 인색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는 삼천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SK가스, E1 모두 20%내의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는 산업전체가 성장도 없지만, 주주친화적이지도 않아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에대해 삼천리 관계자는 "주주환원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하는 기간이고 미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준비를 하고 있다"며 "경영환경이 계속 바뀌다보니 앞으로의 배당금 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가스 본업에 충실한게 우선으로 본업에 충실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려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