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선두로 신한투자증권과 한양증권 등이 책무구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는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상반기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으로 뭇매를 맞은 데 이어 하반기 증권사 임직원들의 횡령 건들이 잇따라 발생, 영풍제지 주가조작까지 터지며 내부통제 리스크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라임펀드 재조사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의혹과 채권 돌려막기 관행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검사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responsibility)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배구조법)'에 근거해 오는 7월부터 도입된다.
책무구조도의 핵심은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특정한 데 있다. 이에 따라 임원이 본인의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책임은 위임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CEO(최고경영자), CRO(최고위기관리자), CCO(최고고객책임자)와 같은 지배구조법상 임원이 대상이다. 다만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제약된 정보접근성 등을 감안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과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인 대표이사는 전사적 내부통제체계의 구축과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총괄 감독, 관리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3년 정기 조직개편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대응을 위해 내부통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법기획팀을 준법감시인 직속 팀으로 신설해 직무 분석 등 작업을 시작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대표이사 포함 전 임원들이 참여하는 임원 워크숍에서 삼정KPMG 전문가를 초청한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KB증권의 경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KB증권 전 본부 부서가 참여하는 '내부통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임원 및 부서장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으로 내부통제 제도 개선 프로젝트 추진을 시작한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9월 책무구조도 컨설팅에 착수해 올해 1월 준법경영부를 신설했다. 4월 중으로 회계 및 법무법인의 자문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연말까지 시스템 구축과 파일럿 운영을 시작해 제도의 조기 정착과 내부통제 체계 혁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