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하고 자율배상을 권고한 후 은행권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홍콩H지수 ELS 손실규모와 배상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홍콩H지수 ELS 100% 배상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에 따른 배임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다음주부터 홍콩H지수 ELS 손실자율배상안을 논의한다. 홍콩ELS 판매 규모가 8조원대인 KB국민은행은 전날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ELS 손실자율배상안을 공식안건으로 다루지 않고 손실규모 등 현황을 공유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이사회 간담회에서 설명회를 개최했고 빠르면 다음주에 이사회를 열어 자율배상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다음주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될 투자자 약 450명 접촉해 배상절차 등 자율조정 내용 안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우리은행과 조정 비율에 협의하고 동의를 마치고 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농협은행은 28일 이사회에서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을 논의한다.
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2조3701억원) ▲농협은행(2조1310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 순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홍콩H지수 ELS 상품 손실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조정안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판매사가 부담해야 하는 최대 배상 비율이 100%에 이를 수 있으나 대다수 투자자는 20∼60%를 적용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홍콩H지수 ELS 판매규모가 큰 다른 은행은 배상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손실규모나 배상규모가 커 사외이사 등을 대상으로 자율배상을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자율배상과 관련한 배임 가능성에 관한 법률검토도 진행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내부적으로 법률을 검토하고 배상비율을 정할 것"이라며 "이사회 등과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2월까지 홍콩 H지수 ELS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이며 누적 손실률은 53.5%로 지난달 말 현재 지수(5678포인트)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추가 예상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수준으로, 전체 예상 손실금액은 6조원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