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지현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저PBR주(주가순자산비율)로 불리는 상장 증권사 중 자사주 보유가 많은 회사에 투자자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하자는 추세다.
◆부국‧신영‧대신증권 자사주 보유량 30% 넘어
4일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부국증권‧신영증권‧대신증권 3곳 증권사는 총 발행주식수의 30%를 넘는 비율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곳 증권사의 자사주 보유비중은 ▲부국 42.7% ▲신영 36.04% ▲대신 26.07% 순이다.
부국‧신영‧대신증권은 많은 자사주를 축적했음에도 최근 10년동안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신영증권과 대신증권은 임직원 지급 수단으로 일부 처분하는 식의 활용을 하고 있었다.
◆ 3곳 증권사 모두 총수일가가 회사 지배주주
주목할 점은 3곳 증권사 모두 총수일가가 회사의 지배주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부국증권은 김중건 회장 외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합하면 28.48%이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10월 기준 원국희 전 회장 포함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28.08%로 공시됐다.
◆ 인적분할 가능성도 제기
일각에서는 총수일가의 낮은 지분율과 대조적인 높은 자사주 비율 때문에 세 증권사의 인적분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할 경우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고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총수일가→지주회사→신설회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 간담회에서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세 증권사가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막힌 것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자사주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현재 우선주 전환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 마무리 되면, 자사주 관련해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의 조언을 충분히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SK증권 또한 자사주 활용에 대해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 19개 증권사 평균 PBR 0.39에 불과
4일 기준 주식시장에 상장한 19개 증권사의 평균 PBR은 0.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 한화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4곳만 PBR이 0.5가 넘었고, 나머지 15개 증권사는 0.5 이하였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도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키움 자사주 전량 소각 예정...미래에셋 26년까지 연 1500만주 소각
키움증권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자사주 소각 시기와 배당금액은 아직 검토 중에 있다.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을 통해 140만주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주주환원율을 30%이상 유지하고, 배당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일하게 자사주를 소각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10년 동안 총 6번의 자사주 소각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500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주주환원정책이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룹의 결의를 반영한 것이다. 리딩증권사로서 주주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