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컴퓨터 회로판의 반도체칩.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글로벌일반]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뉴스1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 달러(약 2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점유율 세계 3위의 미국 기업이다. 파운드리 시장 복귀를 선언한 인텔에도 100억 달러(약 13조 2900억 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 잡고 올해 안에 첫 1나노대인 1.8나노(㎚·10억분의 1m) 칩 양산에 들어간다. 나노 앞에 붙은 숫자가 작을수록 전력 효율과 성능이 더 좋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경우 3년 전 양배추 밭이던 부지를 '반도체 생산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등 힘을 보탰다.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해 365일 24시간 공사를 진행한 덕분에 TSMC 구마모토 공장은 불과 2년 만에 완공됐다.
일본 정부는 또 TSMC에 보조금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을 지급했다. TSMC 제2공장 건설 지원을 위해 7300억 엔(약 6조 5000억 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일본과 TSMC의 파운드리 노하우가 결합해 부활을 위한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자립'을 위해 3000억 위안(약 55조 원)의 투자 기금을 조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5나노 칩 양산을 위해 상하이에 생산 라인을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된 7나노 칩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후 자체 초미세 공정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TSMC를 보유한 대만도 들썩인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제안한 '대만판 실리콘밸리'가 올해 착공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만 행정원은 2027년까지 1000억 대만달러(약 19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의 올해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 3000억 원이다. 미국 등이 적극적으로 풀고 있는 보조금 지원도 없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혜택은 올해 일몰 예정이다.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도 속도전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다. 경기 남부권에 622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목표 시기가 2047년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 (KS:00066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는 2019년 선정됐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착공 시기가 밀렸다. 이르면 내년 착공할 예정인데 가동 예상 시기는 2027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들은 이미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위기 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도 하루 빨리 과감한 투자와 각종 규제 해소에 나서지 않으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