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파산위기에 몰렸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출처=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주 미국 11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고금리와 지난달 미국 중소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여파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디스가 지난 21일 U.S 뱅코프 (NYSE:USB), 자이언스 뱅코프 (NASDAQ:ZION), 뱅크 오브 하와이 (NYSE:BOH) 등 11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디스는 이들 지역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비중이 과도하고 금리인상으로 자산과 부채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무더기 하향조정의 이유로 제시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역은행들은 전체 여신의 절반 정도가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 건설업체 등 부동산 관련 부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소은행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은행 중 하나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신용등급이 두 단계 내려갔다. 무디스에 따르면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의 예금은 2022년 말 기준 절반 이상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여기다 올해 1분기에만 11%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했다.
지난달 파산 위기에 처했던 퍼스트 리퍼블릭의 우선주 등급은 낮아졌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이달 초 우선주에 대한 분기 배당을 중단했다. 무디스는 “퍼스트 리퍼블릭은 수백억 달러의 예금을 잃은 상태로 고비용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US 뱅크, 뱅크 오브 하와이의 자본 비율이 낮고 미실현 손실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은행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예금이 늘자 이를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거 투자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서 미실현 손실이 확대됐다.
이에따라 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불안이 수습 국면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몇 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중소은행들의 신용에 불안을 느낀 장기 고객들이 돈을 단기 투자신탁 등으로 옮기면서 중소은행들의 예금 잠식이 계속될 수 있는데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금 이탈로 중소 은행들은 자본 조달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소형 은행 수백 곳의 현실적 대안은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 내 중소기업 대출의 대부분은 중소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많은 중소기업이 연말에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다거나 대출금리를 재산정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현 상황이 2008년 금융 위기 때와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고 1980년대 후반 은행 수백 곳이 파산했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와 흡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WSJ은 이에따라 연준이 자산 규모 1000억~7000억달러 규모의 중형은행을 자본건전성 규제 대상에 다시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