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님이나 겪었던 하락장을 내가 겪다니"...동학개미 올해 증시 수익률 -22%

입력: 2022- 12- 23- 오전 03:00
© Reuters.  "이사님이나 겪었던 하락장을 내가 겪다니"...동학개미 올해 증시 수익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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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2000년 이후 가장 긴 조정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개인투자자의 평균 손실률이 2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력한 통화긴축 기조로 인한 고금리, 강달러의 풍파 속에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무너진 영향이다. 주식 투자를 ‘마지막 부의 사다리’로 여기며 유동성 장세에 서둘러 올라탔던 동학개미는 큰 손실을 떠안은 채 서둘러 증시를 빠져나가고 있다.

○버블 붕괴 직격탄 맞은 동학개미

한국경제신문이 22일 대형 증권사 A사에 의뢰해 개인투자자 244만2998계좌의 올해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22.1%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 성별, 자산 규모별로 집단을 세분화했을 때 평균적으로 이익을 낸 집단은 한 곳도 없었다. 증권사별로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의 하락률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 가운데 올해 평균 수익률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손실을 본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1월 3일~12월 20일)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건 삼성전자 (KS:005930)(15조8000억원)로 같은 기간 25.16% 하락했다. 순매수 2위인 네이버 (KS:035420)(3조2000억원·-52.31%)와 3위 카카오 (KS:035720)(2조2000억원·-51.73%)는 올 들어 반토막 났다.

비교적 최근 증시에 유입된 2030세대는 증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2030세대가 열광했던 상장(IPO) 기업의 주가 하락폭이 특히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IPO 대어’로 꼽히던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KS:323410), 크래프톤 등은 공모가 대비 30~60% 하락했다.

개인들은 우리사주로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 1인당 평균 4억9000만원어치의 우리사주를 사들인 카카오뱅크 직원의 22일 기준 손실률은 32.4%다.

○금리·강달러에 가위 눌린 韓 증시

국내 증시는 1년 내내 강도 높은 미 Fed의 통화긴축 정책에 휘둘렸다. 물가 상승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Fed는 지난 3월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증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에 좌지우지됐다.

지난해 12월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을 철회한다”는 발언은 공식적인 ‘강세장의 종언’을 의미했다. 국내 증시도 하락 속도를 높였다. 올 10월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한 발언은 약세장의 바닥을 만들어줬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시작된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증시를 무너뜨렸다. 그 중심에 한국 증시가 있었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약 10조원을 순매도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달러화 자산 중 외국인이 가장 손쉽게 투자금을 뺄 수 있는 것이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 증시였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 중 나홀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 전체 수출액 중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5%에 달한다. 1년 내내 지속된 반도체 업황 우려로 인한 반도체 주가 급락도 증시를 짓눌렀다.

반도체가 힘을 쓰지 못하는 국내 증시에선 테마주만 활개 쳤다. 하이드로리튬, 금양 등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2차전지 테마주가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줄 잇는 동학개미 ‘엑소더스’

투자자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악의 조정장을 통과하고 있다. 하락폭만 놓고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0.73%) 때가 올해보다 컸지만, 당시 하락장은 약 1년 만에 마무리됐다. 세계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펼친 저금리 정책 덕분에 2009년 코스피지수는 다시 49.65% 반등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증시 조정은 올해 말까지 1년6개월간 이어졌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 초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1년9개월간 이어진 하락장 이후 가장 긴 조정 터널이다.

동학개미는 서둘러 떠나고 있다. 올초 71조7000억원 수준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45조3000억원으로 1년 새 약 37% 급감했다. 거래대금도 말라붙었다. 22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조9640억원으로 10조원을 훌쩍 넘기던 올초 대비 반토막 났다. 20~21일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규모가 역전되기도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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