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식물가가 9.0% 오르며 30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5일 서울의 한 식당에 가격 인상을 반영한 가격표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6% 상승했다. 지난 7월 6.3%를 찍은 물가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했다. 하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5%로 8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물가가 이미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 2월 3%대에서 3, 4월 4%대로 뛴 데 이어 5월 5.4%로 높아졌고 6월과 7월 각각 6.0%와 6.3%를 기록했다. 7월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다 8월과 9월 다시 5%대로 낮아진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 요인도 많다. 우선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건 국제 유가가 떨어진 영향이 큰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가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감산을 검토하는 만큼 유가가 다시 뛸 수 있다.
어 심의관은 “물가 상승세가 완화한 것은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한 영향이 크다”며 “(향후 물가는) OPEC+ 결정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소비자물가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근원물가 불안하고 유가·환율도 '복병'
근원물가 상승률이 오르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근원물가는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4.5%였는데, 올 6월 이후 4.4~4.5%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까지 1~2%대를 유지했고, 올 4월까지도 3%대였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5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폭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변수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을 ㎾h당 7.4원,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최대 16.6원 올리고 가스요금도 메가줄(MJ)당 2.7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이끌었다. 이들의 물가 상승 기여도(전년 동월 대비)는 각각 2.32%포인트, 1.95%포인트였다. 이 중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는데, 이는 1998년 4월(6.6%) 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 물가 상승률은 9.0%였다. 1992년 7월(9.0%) 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치킨(10.7%) 생선회(9.6%) 등의 가격이 많이 뛰었다. 보험서비스료(14.9%) 등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했다.
이 밖에 채소류 물가 상승폭도 컸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2.1% 올랐다. 배추(95.0%) 무(91.0%) 풋고추(47.3%) 파(34.6%)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날 ‘10월 소비자물가 정점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10월 정점론과 관련한)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통 물가는 정점을 찍으면 급격하게 쭉 내려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일정 기간 높은 수준에서 완만하게 내려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한국 물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며 “물가가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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