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4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 5월 26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39일 만이다.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동일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지 못하고 연속으로 낙마한 첫 사례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의 사퇴가 국민을 위한 국회의 정치가 복원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자금을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생긴 문제”라면서도 “최종적으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 및 정치자금 유용 의혹이 불거져 구설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으로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같은 당 의원에게 후원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정치자금으로 남편 차량 보험료를 내고, 렌터카를 도색한 뒤 매입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의원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정책 개발비를 여론조사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여당 지도부가 지속적으로 사퇴를 압박한 데 이어 대통령실도 사퇴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가부간에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선관위 수사 의뢰 내용이나 언론을 통해 나온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때 본인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제 개인적 판단”이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김 후보자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는 5월 23일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장관 후보자가 연속으로 낙마한 첫 부처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김용준·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한 적은 있지만 부처 장관은 전례가 없었다.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기 위해선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필수적이지만, 장관은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 인사청문회와 무관하게 임명할 수 있는 구조다.
복지부 장관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서 연금 개혁,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복지제도 개혁 등 산적한 문제가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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