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품귀난, 가격 상승이 비현실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개입을 시사한 국제유가 시장도 전혀 통제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포는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수급량 증가와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친환경 규제 강화로 기존 에너지 생산이 위축되어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겹치며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뉴시스
에너지, 계속 오른다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톤당 50달러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 9월에는 100달러 수준을 위협할 정도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벤치마크 격인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도 최근 톤당 200달러를 넘겼다.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이 10월 1일 끝난 주 기준 원유 재고량이 전주에 비해 230만 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하며 약간의 진정세를 보였으나 8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1.05달러(1.34%) 올라 배럴당 79.35달러로 마감하며 '천장을 뚫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중 80달러를 넘기기도 했으며 이러한 국제유가 상승은 2014년 10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해 총 11개 산유국이 참여하는 유가 협의체 OPEC+가 4일(현지시간) 일평균 40만배럴 증산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제유가는 계속 올라갈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비축유를 시장에 푸는 것을 고려하며 시장 개입을 시사해도 국제유가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다.
심지어 천연가스도 꿈틀거린다. 대란이 벌어지기 직전 러시아 정부가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펼쳐지지 않았으나 이미 가격인 연초 대비 400% 올라간 상태다. 천연가스를 주로 사용하는 유럽, 특히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화력발전소. 출처=뉴시스
에너지 대란 나비효과
석탄 품귀난이 벌어진 것은 중국의 공급망 관리 실패가 다른 나라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상태에서 자국 석탄이 부족해지자 인도네시아 및 인도 등에서 수급을 시작했고, 이러한 공급망 변화 자체가 다른 나라의 석탄 공급에 경맥동화를 일으켰다. 중국은 부랴부랴 호주산 석탄 수입 재개에 나섰지만 이미 공급망은 무너진 상태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무리한 탄소중립 정책을 시작하며 공급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상태에 접어들며 발전량이 많이 필요해지고 있으나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품귀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덕분에 끔찍한 전력난까지 벌어지고 있다.
천연가스 및 국제유가 상승의 이유는 약간 결이 다르다.
천연가스는 탄소중립 시대의 초입인 지금, 유럽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이다. 대체재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의 시세 흐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상태에 접어든 올해 초부터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이미 올라가는 추세였다. 이런 가운데 OECD가 증산량을 고정하며 공급량을 조절하는 한편 아람코 등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로드맵 등이 가동되자 급속도로 치솟는 분위기다.
이들 에너지 대란의 공통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진정세에 따른 발전량 증가, 이에 따른 에너지 발전량 증대, 나아가 탄소중립 정책의 후폭풍으로 볼 수 있다. 팬데믹 종료 현상으로 에너지 소요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전 세계가 탄소중립 정책을 가동하자 에너지 대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급망이 붕괴되거나 교란되는 현상이다.
기존 에너지에서 탄소중립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벌어진다면 그 중간단계의 정교한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팬데믹 종료에 따른 각 국 산업 발전량 증대라는 특수한 변수가 공급망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대안이 되어주어야 하는 탄소중립 정책의 무기들인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이 아이러니하게도 산업화의 그림자인 기후변화에 따라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올해 겨울 에너지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동사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산업현장도 셧다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겨울 텍사스를 덮친 이상한파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이 몇 달간 멈추며 천문학적인 피해를 일으켰던 사례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친환경 인프라의 미비, 기존 에너지 부족으로 그린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 전체 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만큼 각 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