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신세계(004170)가 국내 보톡스 1위 기업인 휴젤(145020)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인수 시 발생할 시너지 효과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신세계인터내셔널을 통해 화장품 제조, 자체브랜드, 수입화장품 등 라인업을 강화해온 만큼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로의 영토 확장 전략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과 휴젤 경영권 매각을 위한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대상은 베인케피털이 가진 지분 44%로, 인수 금액은 약 2조원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털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조율을 끝내면 주식매매계약(SPA)도 조만간 체결할 것이란 관측이다.
휴젤은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2001년 설립돼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엔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2015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했고, 2017년엔 공동 설립자 중 1명이 베인캐피털에 지분을 매각해 베인캐피털은 현재 휴젤 지분 44.4%를 확보한 상태다. 기존 1위였던 메디톡스가 품목 허가 취소 이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시장 장악에도 성공했다. 지난해엔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신세계가 휴젤을 인수하는 데는 앞서 오랜기간 뷰티 사업에서 영토확장을 이어온 만큼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인 보톡스시장까지 발을 뻗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공들였던 화장품 사업과 휴젤을 통한 뷰티 시너지로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유럽, 북미 시장에 동반진출하겠단 야심으로도 읽힌다.
'메디컬 에스테틱' 영토 확장... 시너지 기대효과는
신세계는 그간 정유경 총괄사장의 주도하에 뷰티 사업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해왔다. 앞서 신세계 인터내셔날을 통해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고, 이후 뷰티 편집숍 '시코르', 화장품 브랜드 '연작', '뽀아레', '오노마' 등을 선보였다. 지난해엔 수입화장품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하며 라인업을 확장한 상태다.
코로나19로 뷰티업계 실적이 부진했던 가운데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성적표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2017년 628억원에서 지난해 3,293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 3,419억원, 영업이익은 21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5.7%, 77.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세계가 휴젤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그간 쌓아온 화장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휴젤이 갖고 있는 보톡스 노하우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보톡스시장이 메디컬을 활용한 뷰티사업인 만큼 이를 활용해 앞으로 시장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이 뷰티 브랜드 '웰라쥬'로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진출, 중국 수요가 높단 점도 긍정적 요소다. 웰라쥬는 휴젤이 지난 2015년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서 면세점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해 왔다. 2019년 휴젤 웰라쥬 매출은 270억원으로, 론칭 첫해 대비 1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중국을 핵심 공략 시장으로 둔 신세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매물인 셈이다.
게다가 휴젤이 올해부터 대표제품인 보톡스 '레티보'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란 점에서 시너지 기대치는 높아진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레티보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했다. 3년 내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효율적인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상하이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휴젤을 품고 중국을 포함한 유럽,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할 수 있단 의미다. 휴젤은 지난 2018년 미국에 자회사를 세우고 내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유럽에선 연내 보톡스 품목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세계 역시 현재 프랑스와 미국 등에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 중국, 미국, 유럽 등으로 동반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신세계가 휴젤 몸값을 감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952억원에 불과하다. 2조원에 달하는 휴젤 몸값이 부담이 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그간 바이오 시장엔 뛰어든 전례가 없어 2조 휴젤을 품고도 성공적인 시너지 확대 전략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쟁력이 확실한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에 대한 신세계의 무리한 욕심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편, 신세계와 휴젤은 모두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