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기획은 총 3건의 기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① 원화 전자거래 시발점 API 도입 논의 본격화..왜 지금? * ② API 도입으로 치열해질 시장 주도권 경쟁..기울어진 운동장?
* ③ 글로벌 추세 따라갈 원화..득과 실은 서울, 9월8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원화 전자 거래의 포문을 열게 될 API 도입이 이뤄지면 국내 외환시장의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은행 간 시장의 호가 정보가 은행별 대고객 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면서 고객 입장에서는 투명성 향상, 비용 감소 및 편의성 증대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역내외 시장 참가자들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 시장 유동성이 확보되는 효과도 있다.
그간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를 고민해 온 외환 당국 입장에서는 외환시장 선진화 관점에서 이같은 논의를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지난 2005년 한국은행은 은행 간 시장의 실시간 최적호가와 체결가를 은행 간 시장 참여 은행에게만 제공하기로 해 기업체와 개인, 역외 거래자 등은 은행 간 시장의 호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도록 했다.
모든 참가자에게 공개된 환율 호가 방식 때문에 국내 기업 및 역외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증대되면서 환율 쏠림을 야기한다는 논리가 당시 적용됐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물론 각 은행이 중개사를 통해 받은 실시간 시장 호가를 고객들에게 그대로 제시하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최대한 경쟁력 있는 호가를 고객별로 제시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격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기관들의 수익 추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달라진 형태의 경쟁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여기에 다소 민감한 논쟁거리가 있다.
▲ 달리고 있는 자와 시작하려는 자
국제 외환시장에서 전자 거래화는 이미 보편적인 추세다. 글로벌 외환시장 행동규범 내에서는 전자 거래에 대한 원칙이 이미 많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그만큼 다른 통화에 대한 외국계 은행들의 전자 거래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이렇다 보니 이제 이같은 추세에 보폭을 맞추려는 국내은행들의 입장에서는 경쟁력 측면에서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A 시장 참가자는 "중개사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받는 게 핵심이 아니라 이를 각자의 프라이스 엔진에서 가공해 시장 변동성, 고객, 규모, 이벤트 등 각각의 상황과 기관 특성에 맞게 고객들에게 맞춤형 가격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술력의 싸움이 될 텐데 국내 은행들의 경우 싱글 플랫폼을 만들어 경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레이딩 관점에서의 자동 헤지나 이로 인해 파생되는 거래 기법이나 전략을 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국내 은행들 사이에서도 편차가 크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이와 관련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이제부터 준비에 나서는 곳도 있다. 물론 이미 완성된 플랫폼을 도입할 수도 있지만, 각 은행 여건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는 있다.
이에 당국도 외은과 국내 은행 그리고 국내 은행 간 격차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물론 이를 계기로 시장 질서가 재편되면서 국내 은행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이제 출발선에 서기 시작한 국내 은행들에게 당장의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 뜨거운 논쟁이 뒤따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당국의 원화 전자 거래화에 대한 허용 범위와 도입 속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할 수도 있겠다.
B 시장 참가자는 "국내 은행들의 경우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한 반면 외은들은 이미 노하우와 시스템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 당국도 이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