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이 시간 천안’, ‘천안 침수’라는 제목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사진엔 도로가 물에 잠겨 차들이 떠다니고, 갓길에 선 사람들이 멀쩍히 떨어져서 이를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천안시청 페이스북 갈무리하지만 곧 이 사진은 가짜임이 드러났다. 천안시청이 직접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지난 2017년 호우피해 당시 찍혔던 사진이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 현재 상황이 아님을 알린다’는 당부 글을 게재한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 있었던 일을 현재상황인 것처럼 가장해 소식을 퍼뜨리거나, 자체 콘텐츠를 마치 유명매체 기사인 것처럼 둔갑해 대중을 현혹하는 ‘가짜뉴스’가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디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한번 블록체인에 등록된 정보를 누군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이를 참여자 모두가 확인할 수 있어 투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미디어 접목 사례
뉴욕타임즈(NYT)와 IBM의 ‘뉴스 기원 프로젝트(The News Provenance Project)’가 대표적이다. NYT는 블록체인의 불변성 및 탈중앙성에 특히 주목, 해당 기술을 사용한 개념증명(poc)을 올 연말까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뉴스 조작을 막고, 사용자 신뢰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 역시 인도 미디어사와 함께 블록체인을 통해 가짜뉴스를 타파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메 니시노미야(Hajime Nishinomiya) 라쿠텐 블록체인 연구소 사업개발 매니저에 따르면 현재 인도 내에선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인도는 국가적 행사나 종교관련 이슈에 대한 가짜뉴스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이 미디어에 어떻게 쓰이나
뉴욕타임즈는 자사 뉴스 메타데이터(대량의 데이터를 구조화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뉴스 사진에 대한 블록체인 증명을 가장 먼저 실시한다. 뉴스 기원 프로젝트 홈페이지는 “사전에 허가된 사람들만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IBM (NYSE:IBM) 하이퍼레저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며 “뉴스 제작 당시부터 외부에 공유되는 과정, 사진 수정내역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유통과정을 보증할 계획”이라 적고 있다. 라쿠텐 역시 뉴스 콘텐츠 제작자 및 발행자 등과 관련된 사람을 블록체인에 저장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가짜뉴스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개한 ‘블록체인 기반 축산물 이력관리’ 프로젝트./ 사진=농림축산식품부유통산업과 다소 유사한 모습이다
결국 농수산물 같이 원재료나 축산 이력 시스템을 추적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과정에서 위변조를 막고, 만약 변형된 제품이 있다면 이를 블록체인으로 역추적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구조다. 대표 사례로 농심NDS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블록체인 기반 축산물 이력관리’ 사업을 전개한 바 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 (NYSE:WMT)), 글로벌 품질인증기관 디엔브이지엘(DNV GL), 네덜란드 식품 소매기업 아홀드(Ahold) 등에서도 유통과정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미디어 블록체인 접목 기대효과
뉴욕타임즈는 기사와 뉴스콘텐츠가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공유될 때, 콘텐츠가 가진 본래 맥락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봤다. 하지만 뉴스생산 초창기부터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함으로써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더이상 뉴스 소비자들이 가짜뉴스에 속고, 분노하고, 결국 무관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평가했다.
미디어 자체 암호화폐 발행사례는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디어 자체 암호화폐인 WSJ 코인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를 작성한 스티븐 러솔로(Steven Russolillo) WSJ 기자에 따르면 WSJ은 암호화폐를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 자체 코인을 발행했으며, 자사 구독료 결제 등 신문산업과 관련한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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