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캐피탈사들이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금융거래를 집중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올해 실시되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상호평가에 대비해 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하자 시스템 고도화에 나선 것이다.
28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NH농협, KB, JB우리, IBK, DGB 등 금융지주계 캐피탈사 5곳은 최근 위험기반접근법(RBA·Risk-Based Approach) 방식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공동 구축하기 위해 IT업체를 대상으로 입찰 공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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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사우디아라비아, 북한 등 고위험 국가 국적의 고객과 자금이 오가는 것은 위험도가 높은 거래로 의심돼 기본 확인사항(성명·주민번호·주소·연락처)에 실제 당사자 여부, 거래 목적도 추가 확인해야 한다. 목적이 부적합하다 여겨지면 거래가 거절될 수 있다.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RBA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2012년부터 FATF가 권고한 사항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법령을 개정해 금융사가 RBA 방식으로 자금세탁 위험을 평가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금융사는 매달 평가를 실시해 수기나, 전산시스템을 통해 결과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사는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은행을 시작으로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에 이어 캐피탈사도 이 흐름에 합류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금융사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한 것은 올해 10년 만에 TATF 상호평가(회원국 제도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상호평가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으면, 한국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낮아지고 금융 제재, 추가 점검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통과된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도 상호평가 준비의 하나다. 이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금융사의 경영진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상호평가 결과는 2020년 TATF 총회에서 확정된다.
일단 캐피탈사는 다음달 8일 제안설명회를 진행한 뒤, 중순에 RBA 방식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상기간은 10개월 이내다. 이렇게 되면 캐피탈사들도 자금세탁 위험도가 높은 금융거래를 포착하는 것이 전보다 정교화되고, 쉬어질 전망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위험이 높은 고객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는 것으로 바뀌면서 자원 배치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시스템이 구축되면 특금법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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