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다만 업종별 수익률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섹터가 반드시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에너지주는 기술주를 포함한 모든 업종을 크게 앞지르며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S&P 500 지수의 상승을 이끄는 주역은 여전히 기술주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인 이 지수에서 기술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에너지 업종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여전히 기술주, 다시 말해 인공지능(AI)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S&P 500 업종별 연초 대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월요일 종가 기준으로 업종별 상장지수펀드(ETF) 성과를 비교하면, 올해 단연 선두는 에너지주(XLE)로 연초 대비 55% 가까이 급등했다. 기술주(XLK)는 29.6% 오르며 큰 격차로 2위에 올랐다. 두 펀드 모두 SPDR S&P 500 ETF(NYSE:SPY)로 측정한 벤치마크 지수의 올해 상승률 13.3%를 크게 웃돌았다.

AI가 이끄는 기술 업종은 올해 수익률에서 에너지 업종에 크게 뒤처졌지만, S&P 500 상승에 대한 기여도는 여전히 가장 크다. 관건은 시가총액이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인 S&P 500에서는 덩치가 압도적인 기술 업종이 에너지 업종보다 지수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업종에도 여러 대형 석유 기업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AI 붐 속에서 빅테크가 불린 수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이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모닝스타(Morningstar.com)에 따르면 현재 SPDR S&P 500 ETF(SPY)에서 기술 업종 비중은 39%에 육박한다. 반면 에너지 업종 비중은 3.8%로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에너지와 기술 업종이 올해 S&P 500에 미친 영향을 더 분명히 확인하려면 S&P 500 ETF 두 종목을 비교해 보면 된다. 에너지 업종을 제외한 ETF(SPXE)와 기술 업종을 제외한 ETF(SPXT)다. 에너지 업종을 빼도 수익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 SPXE(아래 차트 검은색 선)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12.0%로, 일반 S&P 500 ETF(빨간색 선)의 13.3%와 비슷하다. 에너지주가 강하게 랠리를 펼쳤지만, 지수 내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면 기술 업종을 빼면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다.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끈 기술 업종의 막대한 역할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결국 핵심은 기술주가 여전히 증시를 좌우하는 최대 동력이라는 점이다. AI 테마가 여전히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가 매출 성장을 가속하고 이익률을 끌어올리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유지되는 한, 기술주는 시장의 중심축이자 현 강세장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향후 몇 달간 순탄한 흐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AI 관련 기업 상당수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를 흡수할 여력이 크지 않다. 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발표된 실적만 놓고 보면 기업 실적은 AI 테마를 계속 뒷받침하고 있다. 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S&P 500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팩트셋(FactSet)의 존 버터스는 보고서에서 “’매그니피센트 7(M7)’ 기업들은 지난 몇 개 분기 동안 S&P 500 내 나머지 493개 기업보다 높은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율을 기록해 왔다”고 밝혔다.
2026년 수익률 경쟁에서는 에너지 업종이 앞서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장의 엔진은 여전히 기술 업종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의 이익 우위가 적어도 상대적인 측면에서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느냐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 버터스는 “M7 기업들의 2026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율은 나머지 493개 S&P 500 기업보다 낮을 전망(23.6% 대 30.6%)”이라며 "실제 성장률이 이대로 나온다면 M7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나머지 493개 기업을 밑도는 것은 2022년 4분기(-30.6% 대 1.6%) 이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지 가늠하려면 XLK의 가격 추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조기 경보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XLK는 최근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술 업종이 최근 상승분을 소화하며 추가 상승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숨 고르기 국면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XLK가 최근 저점인 167달러 부근을 시험한 뒤 이를 하향 돌파한다면 투자심리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AI 트레이드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시장을 이끌어 온 주도주들의 상승 동력이 다소 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미 완벽에 가까운 결과가 주가에 반영된 업종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강세장이 계속 이어질지는 기술 업종이 좌우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가 시장에 여전히 득이 되는지는 앞으로 몇 달간 새롭게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