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 에너지 자문인 제이슨 보도프가 작성한 것으로,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12월2일 (로이터) - 2년 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유가를 붕괴시켰고,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OPEC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 30일 OPEC은 일일 120만배럴 감산에 합의하면서 새 생명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OPEC은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가 하락하도록 둔 것은 언제나 이상적인 결정이 아닌, 실용적인 결정이었다. OPEC은 상황이 변화하면 자신들도 변화할 수 있고, OPEC이 무관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는 점을 강렬하게 상기시켜주었다.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셰일유 생산은 연간 일일 100만배럴 가량으로,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높고 안정적인 가격 때문에 극지방에서 초심해에 이르는 고비용 공급원의 개발에 수천억 달러가 투입됐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2011년 일일 240만배럴에서 2013년 100만배럴 이하로 줄었는데, 제재조치 해제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OPEC 회원국들과 멕시코, 러시아 등의 비회원국들은 감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사우디가 모든 일을 하도록 내버려둘 것임을 시사했었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 지난 1980년대 야마니 석유장관이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였는데, 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출량 감소가 이어지며 회복에 수 년이 걸렸다. 이는 사우디가 석유시장 매니지먼트에 있어 저지른 가장 값비싼 실수 가운데 하나로, 사우디측은 이것이 되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우디는 미국과 다른 생산국들의 반응을 오판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의 셰일유 생산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됐고, 사이클이 긴 고비용 생산자들은 곧 속도를 늦추기 시작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추측했다. 게다가 2014년 말 중국이 주도한 원유 수요 성장세의 둔화는 사우디를 비롯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여기에 지정학적 요소까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이란간의 관계가 악화된 것. 이란이 원유 시장 복귀에 고전하고 있을 당시 사우디는 유가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이란에 양보함으로써 이란의 복귀를 수월하게 도울 마음이 없었다.
현재 석유시장은 2년 전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중요한 것은 사우디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의 경제 상황도 다르다는 것이다.
우드 맥켄지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및 가스 부문에서 1조달러에 가까운 자본 투자가 삭감되거나 연기되었다. 미국 셰일유 생산은 감소했고, 저렴한 대출에 대한 접근도 축소됐다. 이란의 석유 생산은 제재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거기다 OPEC과 비OPEC 회원국들은 심각한 경제적 압박과 예산 부족에 직면해 있어, 유가 상승이 절박해졌다.
사우디는 2014년 보유액이 7500억달러로 다른 국가들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외인 것은 아니다. 사우디 경제는 급격하게 둔화되었고, 특히 석유 이외의 부문에서 침체 우려가 높다. 정부는 임금과 혜택을 줄이고 에너지 가격을 높였으며 석유 이외의 소득원을 찾고 있지만, 이런 긴축 조치들에 대한 국민들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는 경제를 다각화시키기 위한 야심차고 훌륭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에 착수했지만, 시행에는 수 년이 걸릴 전망이다. 또 낮은 유가는 개혁의 촉매가 되었지만, 비 석유부문을 약화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저해해 개혁 시행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미국 셰일유는 여전히 복잡한 요소다. 생산은 2015년 4월 고점 대비 일일 100만배럴 가량 감소했지만 업계의 효율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댈러스 연방은행은 미국 셰일유의 손익분기점이 2014년 배럴당 79달러에서 현재 53달러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유가가 회복되면 미국 셰일유가 급반등할 수 있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것인지, 또 글로벌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할 것인지만이 OPEC의 감산 결정이 유가 상승을 통한 수입 극대화로 이어질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미국 공급업체들에 시장 점유율만 빼앗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 셰일유의 규모와 사이클 단축은 OPEC의 유가 지배력에 상당한 제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OPEC은 지난 1973년 유가 조작을 위한 아랍 오일 엠바고(금수조치) 이후 오랫동안 경외시되었던 그 힘을 어쩌면 가지고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사우디는 유가 급등시 활용할 수 있는 잉여 생산능력이 거의 없다. 구조적 시장의 힘으로 인한 낮은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윙 서플라이어(유가에 따라 생산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능력이 있는 공급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감산 합의는 기회와 호의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수입을 늘리기 위한 OPEC의 집단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게다가 2020년 이후를 내다볼때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OPEC의 상당한 신규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원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을지 몰라도, 사망선고는 매우 과장된 것이었다.
* 원문기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