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2월06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정확히 20년 전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린스펀의 업적 중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 말이 나온 뒤, 3년이 지나 기술 거품이 터졌다. 오늘날 들뜬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지금은 그린스펀 말의 반응이 더 빨리 나올 수 있다.
1996년 12월 그린스펀이 이 말을 할 당시, S&P500지수는 그 해 들어 21%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미국 주식은 평균적으로 순익 대비 19배가 약간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이 나온 직후 증시는 후퇴했지만, 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 2000년 3월 고점을 찍기 전까지 S&P500지수는 두배 넘게 올랐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역시 금융 시장에 들뜬 분위기를 몰고 왔다. 차기 행정부가 세금 인하, 인프라 지출, 규제 완화 등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미국 대선 이후 S&P500지수는 3% 좀 더 넘게 상승했고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지수는 신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그린스펀 때보다 높다. S&P500지수는 이 지수의 과거 이익을 의미하는 '트레일링 순익(trailing earning)' 대비 25배 수준의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역사적인 평균인 15.6배보다도 높은,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막 시작된 실적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은 내년에 기업 순익이 11%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가 그의 거창한 공약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는 재정 적자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세금 인하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금 인하는 재정 적자를 급속도로 증가시킨다. 무역 협상과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데 대한 그의 강경한 태도 역시 미국 내 우량 회사들에게 위협이 된다. 이러한 회사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절반 가량을 해외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재정 지출안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게다가 최근 수 년 간 달러와 금리는 미국 경제에 장애물로서 작용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새 행정부가 들어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 또한 금리를 또 다시 인상하려 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 횟수가 1번에 그쳤던 작년과 달리 내년에는 수차례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다시 자산 가격이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는지 가늠해볼 시점까지 너무 오랫동안 상황을 방치해둬선 안될 것이다.
* 원문기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