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이 재무 건전성 제고에 본격화한다. 그룹사의 대여금이대규모 출자전환되며 영구채로 바뀐다. 이에 대주주의 지분율이 되레 오를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채권단이 대주주가 되는 워크아웃과 다른 방식이다. 대주주는 경영권 상실 위기에서 한숨 돌렸지만, 장기적으로 지분율 제고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제3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한 기업개선계획 안건들에 대해 75% 이상의 채권단 찬성으로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단연 이슈가 된 부실 기업은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은 기업개선계획에 △대주주 지분 100대 1 감자 △워크아웃 전 대여금 4000억원에 대한 100% 출자전환 △워크아웃 후 대여금 3349억원에 대한 100% 영구채 전환 등이 담겼다. 출자전환 대상인 4000억원 규모의 대여금은 대주주인 티와이(TY)홀딩스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콜보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빌려 태영건설에 투입한 자금이다. 영구채로 바뀌는 대여금은 태영인서스트리 등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이다. 즉, 그룹사 전반으로 지원한 자금이 대규모 출자전환되거나 영구채로 바뀌는 셈이다.
채권단 관련해서는 △무담보채권 50%(2395억원) 출자전환 △나머지 50% 채권에 대한 3년 상환 유예 △상환 이자 3%로 인하 등이 기업개선계획에 포함됐다.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에 눈에 띄는 점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되레 오르는 효과다. 거래 정지가 된 현재의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은 약 900억원이다. 대주주의 지분이 100대 1로 무상감자되면 대주주 지분 가치는 4억원대로 급격히 낮아진다. 하지만 4000억원의 출자전환 등을 감안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기존 41.8%에서 60% 안팎이 된다.
태영건설 기업 개선 계획.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이는 채권단의 대여금이 출자전환되면서 채권단이 대주주 지위를 얻고, 재무구조 개선을 지휘하는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워크아웃과 달리 대주주가 자본 확충에 참여하면서 지분율이 되레 오르는 현상이 빚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지분율은 오르게 되면서 경영권 박탈이라는 위기는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대주주 지위에 걸맞는 권리는 박탈당하게 된다. 앞서 대주주 측은 채권단과 △경영권 포기 △의결권 위임 △감자 및 주식처분 동의 등을 약속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할 때까지 허울만 대주주인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워크아웃 졸업 뒤 대주주인 채권단의 지분 처리를 두고 잡음이 인 기업들이 적잖았다”며 “오너 일가가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는 식의 워크아웃은 과거 방식과 어떤 차이를 빚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영건설 측과 채권단 측이 다소 다른 이해관계를 보이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 워크아웃이 진행되는지도 관심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안호현 전문기자 vicahh@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