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일본증시 부활 이끈 ESG, '1000조' 연기금 투자 이끈다

⑤ 저평가 한국증시, 부양에 총력...ESG 공시기준 나온다

⑥ 글로벌 대세' 된 ESG 경영… 韓도 공시 기준 마련 박차

⑦ 일본증시 부활 이끈 ESG, '1000조' 연기금 투자 이끈다[소박스]

일본 주식시장이 34여년 만에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비결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지목됐다. 기업이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지배구조에 ESG를 접목,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2022년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은 상장사의 ESG공시가 포함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혁에 나섰다.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한국은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에 나섰고 국내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밸류업에 동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국민연금 투자회사 '밸류업' 참여… ESG 핵심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하는 7가지 원칙이다. 한국 스튜어드십코드는 4대 연기금, 125개 운용사 등을 포함해 222개 기관이 참여한다. 운용자산 규모가 1000조원인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금융청과 동경증권거래소는 물론 일본공적연금(GPIF)은 밸류업에 참여해 외국인의 자금을 유입, 주가지수가 오르는 데 기여했다. 그 배경은 2014년 일본 금융청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다. 연기금 82개를 포함해 자산운용회사 329개가 스튜어드십코드에 최종적으로 서명한 것은 2023년 9월이다.

GPIF은 2017년부터 "투자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반영한다"는 원칙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ESG 투자는 글로벌 ESG평가기관인 FTSE, MSCI, S&P와 협력해 ESG 지수를 선정하고 운용 자금 일부를 ESG 지수에 추종하는 패시브 운용 전략을 수행한다. ESG 인덱스를 추종하는 자산은 2021년 기준, 모두 12조1000만엔으로 전체 자산의 6.15% 가량을 차지한다. 녹색채권에 대한 투자도 2019년 4000억엔에서 2021년 1조6000억엔으로 확대됐다.

이후 기시다 내각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선언하며 추가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 일본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의 저평가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개선안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9조6000억엔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며 랠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증시에서 지난해 3조1000억엔 어치를, 올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1조9000억엔 어치를 사들였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밸류업 공시에 패널티 정책도 꺼냈다. 거래소는 2021년 도입한 기업지배구조 규정에 기반해 내년 3월1일부터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 이하인 기업을 1년 동안 집중 감시하고 2026년 3월1일까지 PBR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주식 거래를 일정 기간 중지한 후 상장 폐지할 방침이다.

연기금 ESG 투자에 적극… 석탄 기업 배제

일본을 비롯해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기금 운용에 ESG 투자를 반영한다. 전 세계 약 9000여개 상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2022년부터 상장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관련 투자액을 별도로 공시하고 있다.

노르웨이 GPFG는 윤리위원회에서 지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 시 배제하는 기업을 선정한다. 탈화석연료 포트폴리오를 위해 전체 매출액이나 전력생산량의 3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채굴 기업, 전력 생산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다. 약 5419억유로를 운용하는 네덜란드 ABP는 기금운용본부를 자회사 APG로 설립해 투자 대상을 관리한다.

한국 금융당국이 7년 만에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에 나선 만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투자의사 결정에 ESG요소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자문단'에 참여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일본 사례를 보면 과거 아베노믹스부터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의 밸류업 노력('자본비용·주가를 고려한 경영실현' 참여독려)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GPIF 등 일본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참여와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주가지수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며 "ESG가 국내 증시를 부양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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