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베일 벗은 '밸류업'에 주총시즌 전운… 목소리 높이는 행동주의
② 주주제안으로 뭉친 소액주주들··· 주총서 목소리 커진다
③"주주가치 제고 나선다" 적극적 주주환원책 강구하는 기업들[소박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이 스스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으로 주가 저평가를 해소한 기업에 법인세 감면이나 소각 비용의 손금 인정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을 올해 상반기 내 발표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 스스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경영 문화가 확산·정착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긴 호흡을 갖고 중장기적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 공기업, 적극적 주주환원 기대… 자사주 매입·배당 등
정부 평가 중요도가 높은 상장 공기업의 경우 올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주주가치 제고 항목을 도입한다. 주주가치 제고 항목에는 ▲배당 수준의 적정성 ▲소액주주 보호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모범규준 준수 등이 해당된다. 해당 지침은 지난 12월 말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의결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공기업 중 가장 먼저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선 것은 한국전력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동참하는 행보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사비를 이용해 최대 3000만원의 자사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아울러 한전은 이달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기업가치 제고 방안 등 세부 지침을 논의 및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경영악화로 중단했던 배당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난방공사의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 4038억원, 당기순이익 199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지역난방공사는 배당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대기업 자사주 소각 나선다… "밸류업에 동참"
금융지주들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올해 지난해 매입한 자사주 6400억원을 소각할 계획이다. 주주환원율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로 설정해 이행 중인데 향후 기준점을 더 높게 잡아 주주환원의 적극성을 높일 방침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메리츠가 기존 실행하고 있는 방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다른 주식들도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KB금융지주도 올해 32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올해 1분기 중 15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도 주주가치의 지속적인 증대를 위해 올해 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올해 안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935만7960주를 매입해 모두 소각할 계획이다.
그외 대기업들도 연달아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기업들 중 가장 큰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7936억 원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 결정이다. 기아(5000억 원), KT&G(3150억 원), SK텔레콤(2000억 원) 등도 자사주 소각을 계획을 밝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은 역대급으로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민간 기업들은 변화를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금융권 중심으로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와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단계적 확대와 기업 및 자본시장 노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자사주 제도 개선 정책의 핵심은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조가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주주환원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개선될 수 있는 기업들이 수혜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