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크래프톤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낸다. 투자업계는 견조한 실적 성장세에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최소 2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기작 배틀그라운드에 매출이 편중된 점과 장외 시장에서의 주가 급등은 부담요인으로 지목된다.
크래프톤의 흥행작 배틀그라운드. 출처=뉴시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11일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에는 기업 IR, 수요예측을 거쳐 일반 투자자 대상의 공모주 청약 일정이 진행된다.
투자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최소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크래프톤의 주가는 55만5,000원선으로 추정 시가총액은 24조171억원이다. 국내 게임 상장사 시총 1위 엔씨소프트 (KS:036570)(18조8,146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크래프톤은 게임소프트웨어 개발과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게임 개발 및 유통(퍼블리싱)사다. 흥행작으로는 ‘배틀그라운드’가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2017년 출시된 배틀로얄 장르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출시 13주 만에 판매량 400만장, 누적매출 1억달러(약 1,117억원)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출액은 1조1,200억원→1조8,74억원→1조6,704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002억원→2,593억원→7,73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26.81%에서 2019년 33.04%, 2020년 46.33%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은 4,610억원, 영업이익은 2,27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49%에 달한다. 이처럼 견조한 성장세와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에 편중된 매출, 높은 중국 의존도, 차기작 부진 등이 투자 부담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라는 초흥행작 한 편이 회사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데다 차기작으로 내놓은 엘리온 등이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크래프톤이 ‘원히트원더’로 남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후속작이 나오지 않는다면 선데이토즈(애니팡), 데브시스터즈(쿠키런), 액션스퀘어(블레이드), 썸에이지(영웅) 등과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텐센트가 크래프톤에 투자하면서 중국 리스크가 부각된 점도 부담요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크래프톤은 주요 시장인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가 지난해 9월 현지 배급사인 텐센트의 인도 활동을 제재하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퇴출시켰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크래프톤 매출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FPS(1인칭슈팅게임) 장르 특성상 고객 이탈율이 높다는 점도 향후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PC 온라인게임 오버워치가 배틀그라운드와 에이팩스레전드로 분산됐고, 앞서 국내 FPS 장르에서도 고객 이동이 다수 일어난 바 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신작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배틀그라운드도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 배틀그라운드의 해외 판권은 텐센트가 대부분 갖고 있지만 신작의 경우 크래프톤이 해외 판권을 갖는 데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 “단일 흥행작에 대한 부담은 게임의 라이프 싸이클(생애주기)이 짧다는 데에 기인하는데, (스타크래프트를 아직도 플레이하는 것처럼) 배틀그라운드의 경우는 그런 부담이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청약 열기에 인기 종목을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장외 시장 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상장 후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으로 장외주식 거래가 늘면서 주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을 앞 둔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경우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하락하게 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장외가격이 많이 높아진 상태"라면서 "단일 게임 등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공모주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지금 장외시장 가격에 매수를 하는 건 부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