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한국거래소가 '초단타 매매'로 시세 차익을 올린 미국계 IB(투자은행) 메릴린치에 대해 회원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에서 초단타 매매로 대형 금융기관이 제재를 받는 첫 사례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16일 메릴린치에 대해 허수성주문 수탁을 금지하는 시장감시규정 4조제3항을 위반한 사유로 회원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메릴린치증권에 대한 감리를 실시한 결과 메릴린치증권은 2017년 10월~2018년 5월 위탁사(미국 시타델증권)로부터 430개 종목에 대해 6,220회의 허수성주문을 수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메릴린치증권은 위탁사인 시타델증권으로부터 약 80조원 규모의 거래를 수탁했고 시타델증권은 약 2200억원 대의 매매차익을 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타델증권의) 허수성 주문은 DMA(Direct Market Access)를 이용한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시장 전반에 걸쳐 대규모로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최우선매도호가의 잔량을 소진해 호가공백을 만든 후 일반 매수세를 유인하고, 그 다음 보유물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획득한 후 기존에 제출된 허수성호가를 취소하는 등 일련의 행위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DMA는 주문 집행의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자가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회원 명의로 직접 주문을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거래소는 지난 2017년 11월 20일 메릴린치증권 측에 위탁자의 허수성 주문 수탁 관련 감리를 1차로 예고했고, 지난해 5월 29일에도 재통보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2017년 10월~2018년5월)에도 메릴린치증권은 시타델증권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하는 행위를 지속했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시타델증권 계좌 주문 및 매매를 분석하고 해당 계좌 주문이 시장감시규정의 허수성 주문에 해당하는지 파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직접 찾아가 감리에 착수했다.
결국 거래소는 141일간의 6220회 허수성주문 수탁 사실을 적발해 시타델증권의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매매심리를 완료하고, 심리결과를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감시위원회는 향후에도 시장건전성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장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번 제재조치가 DMA를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주문의 수탁행위에 대해 회원의 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