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다자녀 가구와 기초수급자 등이 고효율 가전제품(TV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을 사면 구매가격의 10%를 돌려주기로 했다. 재원은 한국전력이 우선 부담하고 모자를 경우 국민이 낸 전기요금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메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3일 발표했다. 대상은 5인 이상 대가족, 3자녀 이상 가구, 출산 가구, 기초수급자, 장애인 등 총 335만 가구다. 국내 전체 1997만 가구 중 약 17%가 혜택을 받는다. 가구당 20만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고 오는 8월부터 재원이 소진될 때까지 시행된다.
정부가 한전 돈으로 ‘생색내기’를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2016년에도 3개월간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구매가격의 10%를 환급해줬는데 1400억원의 재원은 한전이 책임졌다.
당시에는 한전이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전은 탈(脫)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6년 만에 적자 전환했고, 올해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정부는 작년 여름 전기요금을 한시 인하하며 발생한 3587억원의 부담을 전액 한전이 지게 했다. 올해부터 매년 7, 8월 전기료를 가구당 월평균 1만142원 할인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이 최근 확정됐는데 이 역시 한전이 재원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4일 김종갑 한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놓으며 “한전 돈이 소진되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쓰겠다”고 했다. 이 기금은 소비자가 내는 전기료의 3.7%로 조성된다. 전기사업법은 기금 용도를 전력수요 관리, 전기안전 조사,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으로 규정했다. 가전제품 구매가격을 돌려주는 데 이 기금을 사용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15년 이상된 노후 자동차(휘발유, 경유, LPG)를 신차로 교체하면 개별소비세를 70% 인하(최대 100만원)하기로 했다. 경유차 구매 시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개정되면 6개월간 시행한다. 시내·출국장 면세점의 구매 한도는 1인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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