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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다양한 재료에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원화

입력: 2018- 04- 10- 오후 02:46
© Reuters.  (분석) 다양한 재료에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원화

서울, 4월10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최근 원화는 다양한 재료들에 둘러싸인 채 연저점 부근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일방적인 강세도, 그렇다고 기존 방향을 돌이킬 만큼의 전환점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원화는 방향성은 잠시 뒤로한 채 변동성 장세에 적응하고 있다.

▲ 헤드라인 리스크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금융시장은 분쟁의 진행 방향 변화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경기 호조라는 장밋빛 전망이 그려졌지만, 미국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가 이같은 전망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 원화의 행보는 애매해져 버렸다.

미‧중 무역분쟁이 아시아 신흥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확대될 경우 여파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과격한 예상 시나리오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한편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는 한국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도 나오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국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양국 모두 수입을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양국 무역 분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 국가로 싱가포르, 대만 그리고 한국을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결과를 쉽게 점치기 힘든 현 상황에서 원화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 단물 빠진 환율보고서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당국의 개입 내역 공개 가능성이 본격 거론됐고 이후 통상 문제와 환율이 엮이면서 환율 주권론까지 제기되자 원화는 강세 압력을 높였다. 하지만 시장 내에선 현재 이에 따른 영향력은 다소 사그라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환율보고서 재료는 이미 영향력이 낮아졌다. 시장이 예상하는 것을 크게 벗어나는 결과만 나오지 않는다면 이 재료만으로 원화 강세를 더 부추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개입 내역이 실시간 공개가 아니라 지연되어 이루어질 경우 기존 환율보고서 발표 영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 흐릿한 국내 통화정책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낮은 국내 물가 등을 근거로 이번 주 한국은행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 동결이 폭넓게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한은의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겠지만, 완화적 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를 중심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다소 느려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서기 상당히 부담스럽고 특히, 원화 강세 심화로 향후 국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상반기 중 국내 경기회복 흐름이 한은 전망을 유지하는지 충분히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고 추경이 5월에 집중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7월 한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애매한 외인 자본 흐름

올해 들어 국내 채권에 대한 외인 투자는 이어지지만, 주식 투자에 대한 열의는 다소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일 현재 국내 채권 외국인 보유 비중은 작년 5.9%에서 6.1%로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 상장주식에 대한 비중은 작년 32.9%에서 32.6%로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외인들은 국내 주식을 약 1.7조원 순매도했다.

다만 최근 외인들의 채권 매수는 달러/원 스왑 포인트 역전폭 확대에 따른 재정거래 성격의 단기채권 매수가 주를 이뤘던 만큼 환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 그래서 환율은?

시장참가자들은 환율을 움직일 재료는 다양하지만, 오히려 환율은 갇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굵직한 재료들에 노출돼 있지만, 확인되는 펀더멘털상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율은 특정 방향성을 띠기보다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달러/원 환율이 1000원 선까지 속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 시장은 이에 대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아직은 1050원대 지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무역분쟁, 환율보고서 등 심리적인 측면에서 환율을 움직이게 할 요인들은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확인되는 실질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환율이 지속력을 가지고 방향성을 만들기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매번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료들은 많지만 오히려 시장의 방향을 이끌 마켓인디케이터는 부족해진 상황"이라면서 환율은 당분간 방향성 없는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편집 유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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