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양분하던 국내 발행어음 시장에 KB증권이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단기 수익을 좇는 뭉칫돈은 꾸준히 발행어음 상품에 쏠리고 있다. 경기 둔화, 무역분쟁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은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여부다. 해당 증권사들은 기업금융과 부동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한 만큼 안정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장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고금리 약정에 따른 운용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5% 발행어음 상품은 기존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이미 출시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선착순 5000명을 대상으로 연 5%의 글미를 제공하는 적립형 발행어음을 내놨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 달 신규 고객 선착순 5000명에 한해 연 5%짜리 적립형 발행어음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규 고객 및 타사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고금리 경쟁이 연초부터 본격화된 것이다.
일단 해당 증권사들은 당장의 수익 모델보다 몸집을 늘리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강조한다. 일단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최대한 유치한 뒤 구체적인 운영모델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경향이 더욱 짙어지는 업계 특성상 레버리지 능력 또한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함으로써 기존에 영위하던 기업금융, 대체투자는 물론 유망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가능해 모험자본 조달이라는 자본시장 본연의 목적에도 부합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양사가 경쟁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리는 최대 연 3%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KB증권이 신규 인가에 성공했고,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IB 추진 및 발행어음 인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조달 자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달리 매력적인 투자처가 점차 감소하는 것은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증권사들은 IB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초대형IB들은 막대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해외부동산, 인프라 등 PI에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며 이익 규모를 확대해왔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에서 자기자본투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33%까지 확대되며 10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올 들어 금융당국이 부동산 관련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부동산 관련 투자 확대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대안으로 회사채 투자가 있지만 이마저도 시중 금리 하향 조정으로 수익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면서 회사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는 중이다. 투자적격 등급의 마지노선으로 최대 5% 안팎으로 책정되는 BBB급 회사채에 투자하더라도 실제 마진률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실제 지난 4월말 발행된 BBB+ 등급 대한항공 회사채 금리도 3.5%대 후반에 그쳤다.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재원의 쓰임새가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단기금융업을 영위하는 초대형IB는 전체 조달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사용해야 한다. 그나마 수익성이 높은 실물 부동산 분야에서 투자자금을 빠르게 소진했지만 부동산금융은 최대 30%로 제한돼 있다. 더구나 발행어음 판매시 1개월 및 3개월 이내 만기도래 부채에 대한 유동성 자산보유 의무까지 적용돼 확보한 자금을 자유롭게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정부가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감독당국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초대형IB 설립 취지를 생각해볼 때 상품 개발 및 자금 운용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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