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3일 오후 4시3분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대표(사진)가 임기를 1년여 남긴 내년 2월 대표에서 물러난다.
1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딜로이트안진 파트너들에게 메일을 보내 내년 2월에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5월 취임한 이 대표 임기는 2020년 5월까지다.
이 대표는 내년에 시행되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외감법 개정안)에 ‘회계법인 대표이사는 감사경력이 10년을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된 점을 사퇴 이유로 들었다. 주로 세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 대표는 감사경력이 7년이다. 외감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자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딜로이트안진은 사내 여론조사를 통해 신임 대표 후보를 추대한 뒤 조직원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 선임한다. 이때 조직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업계에선 홍종성 재무자문본부장을 유력 차기 대표 후보로 꼽고 있다. 지난 경선 때 이 대표와 맞붙었던 홍 본부장은 회사의 투자은행(IB)부문을 이끌어 온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이 대표의 사의 표명을 딜로이트안진 내부의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 방조했다는 이유로 1년간 감사업무 정지를 당한 뒤 매출이 급감해 딜로이트로부터 연 200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받아왔다.
이후 딜로이트 본사에서 한국법인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등 입김이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입지도 흔들렸다는 평가다. 특히 조직 내 이 대표 지지세력인 세무본부 직원 50여 명이 최근 집단 퇴사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무본부 직원들은 포렌식 기법을 적용한 타깃 내부감사를 실시하겠다는 회사 방침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안진 내부 분위기가 최근 매우 침체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대표가 더 이상 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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