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형 바라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LTMA)을 국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꾼 데 이어 ‘가격 후려치기’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脫)원전을 선언한 뒤 입지가 좁아진 한국을 상대로 사실상의 ‘적자 계약’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무함마드 알 하마디 UAE 원자력공사(ENEC) 사장이 지난주 실무진을 이끌고 방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등 원전 공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UAE 측은 한국이 LTMA 입찰에 참여할 경우 정비공급 계약가를 정상가보다 30% 낮게 써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탈원전이라는 약점을 잡고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요구한 것”이라며 “적자 계약을 맺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원자로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국내 첫 수출형 원전으로, 올해 말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LTMA는 15년간 원전의 정비·수리를 책임지는 계약이며 2조~3조원 규모다. 애초 한국과의 수의계약이 예상됐으나 UAE가 지난 2017년 돌연 경쟁입찰로 바꿨다. UAE 측은 이르면 이달 말 입찰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의 무리한 요구에 한국이 결국 적자 계약을 맺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형 원전을 짓고도 정비계약을 놓칠 경우 탈원전 정책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것을 정부가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UAE 정비계약을 무조건 따내라는 청와대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일단 저가 계약이라도 맺은 뒤 나중에 보전받는 방안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오는 12일 UAE를 긴급 방문해 LTMA를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성 장관의 UAE 방문은 작년 9월 취임 후 처음이다.
조재길/서민준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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